[인물탐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3년 신뢰 회복 넘어 종합금융그룹 완성, 시너지 낼 ‘골든타임’

2025-09-03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최근 금융권을 뒤흔든 잇단 금융사고 속에서도 우리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금융사고 제로’를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엔 취임 3년 차를 맞은 임종룡 회장의 조용하지만 단단한 리더십이 있었다.

2023년 취임한 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현재의 결실을 맺기까지 단기간 성과 도출보단, 내부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 재정비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점진적으로 조직 문화가 개선됐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임 회장의 3년 차 리더십은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글로벌 확장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순항 중이다.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의 발자취를 톺아봤다.

‘금융사고 제로’ 달성 비결은?

임 회장의 가장 두드러진 경영 키워드는 ‘내부 통제’다. 그는 우리은행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 통제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단순히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 전반의 문화와 시스템을 완전히 재정비하는 대대적 개혁을 단행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철학 아래 그는 직접 계열사를 순회하며 임직원과 소통했고 현장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며 통제 체계를 뿌리부터 다잡았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그룹사 임원 및 친인척의 개인정보(신용정보 포함)를 전사적으로 등록하고 이를 대출 심사 과정에 엄격히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및 관련 자회사에서 임원 본인과 그 친인척이 대출을 신청하면 여신 감리 부서와 관련 임원에게 자동으로 대출 신청 사실이 통지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점 및 부서는 그룹 내 지침과 규정에 맞게 대출 심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여신 감리 부서는 대출 과정 전반에 걸쳐 규정 준수 여부와 임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여부를 꼼꼼히 점검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임원의 부당 개입 사례가 포착되면 즉시 그룹 윤리경영실에 보고되고, 조사와 제재가 진행되도록 했다.

이외에도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근절을 위해 다양한 조직 및 시스템 개편과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여신 감리 부서를 조직 내 핵심 감시 부서로 격상시키고,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에서 엄격한 감리 권한을 부여해 부당대출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AI 기반 이상 징후 감지 시스템을 도입해 대출 신청 시 허위 정보 제출이나 이상 거래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비롯 내부 비리를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윤리경영실 산하에 ‘제보·신고 핫라인’을 신설했다. 해당 시스템은 임직원과 관련자들이 부당대출이나 비위 행위를 보다 용이하게 신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내부 통제와 윤리경영 체계의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2022년 대형 횡령 사건을 포함해 2024년 금융사고 최다 발생 은행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금융감독원의 점검 대상 중 유일하게 대형 금융사고 ‘제로’를 기록한 은행으로 변모했다. 당장의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정공법으로 내부 체계를 세심하게 다듬은 결과로 평가된다.

AI 기반의 이상 징후 감지 시스템, 창구 자동화 장비 ‘스마트 시재기’ 도입, 전담 내부통제 인력의 전국 배치, 그리고 내부 자정 문화를 촉진하는 ‘사고 제로 서포터즈’ 제도까지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 지침을 실체적 변화로 이끌었다.

비위 원천 차단…감시 체계 대폭 강화

윤리경영 강화 조치도 눈에 띈다. 우리금융은 그룹 내 임원들의 비위 행위 감찰과 윤리경영 정책 총괄을 위해 윤리경영실을 신설했다. 이곳은 전 그룹사의 임원 비위 감시와 윤리 정책 수립, 윤리 교육 및 준법 문화 확산을 책임지는 곳이다.

조직 내 윤리 의식을 내재화하고 비위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며 향후 내부고발 시스템 강화, 임직원 윤리 교육 확대, 준법경영 문화 정착 등 다방면에서 그룹 내 윤리경영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자회사 임원 인사에 있어 회장 사전 합의를 폐지하는 결단도 임 회장의 작품이다. 우리금융은 그간 지주회사 회장에게 집중돼 있던 자회사 임원 인사권을 분산시키는 정책으로 자회사별로 임원 운용과 선임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게 했고, 이를 통해 경영 자율권을 대폭 확대했다. 경영 자율성과 책임 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다.

글로벌 확장 성과 뚜렷…해외 법인 순이익 57.9%↑

임 회장의 리더십은 내부 체계 안정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취임 이래 ‘글로벌 확장’이라는 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며 우리금융을 세계 무대의 플레이어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이행해 왔다.

최근 고금리·고물가·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우리은행을 비롯해 국내 4대 시중은행은 현지화 전략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 영토를 넓혀가며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북미 등 다양한 해외 지역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은행의 11개 해외 법인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7.9% 급증한 664억 7,500만 원을 기록했다. 전체 순이익 중 해외 법인 비중이 10.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구체적으로 캄보디아우리은행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해외 법인 실적 1위를 기록했고, 러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거점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독일, 영국을 연결하는 ‘유럽 삼각 편대’를 구축하고 미국에서는 텍사스 오스틴 지점 개설을 통해 반도체·전기차 클러스터 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성과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를 넘어 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임 회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으며, 이를 위한 초석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해 생명보험업 재진입도 성사시켰다.

생명보험은 해외 네트워크 확장과 장기 수익 확보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 포트폴리오다. 방카슈랑스 기반의 현지화 모델은 향후 동남아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실행 중심’ 임종룡式 리더십

임 회장의 전략은 ‘결단과 실행’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내부 결속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재정비,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확장, 해외 투자자 신뢰 회복을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임 회장은 디지털 전환에서도 ‘AX(인공지능 전환)’을 그룹 전략으로 채택하며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선언했다. 이에 우리금융 전 계열사가 AX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AI 인재 양성과 데이터 인프라 확보에도 전사적 자원을 투입 중이다.

실제 챗GPT 기반 고객 상담, 업무 자동화, 리스크 탐지 등 실무 단계까지 기술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전략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밸류업 계획 발표 후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상승세를 보였고, 주가도 취임 당시와 비교해 올해 7월 기준 143%나 급등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우리금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했다.

사회공헌과 ESG 경영 역시 임 회장의 주요 무대다. 발달장애인 고용 확대, 청소년 장학 지원, 소상공인 회복 프로그램 등 130개 이상의 공익 사업을 전개하며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체계적으로 실천 중이다. 민간 금융사로는 유일하게 동서 트레일 국가 숲길 조성에 참여한 것도 인상적인 행보다.

종합금융체제 ‘진짜 시험대’ 시작

임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 과거 금융사고로 인한 금융당국의 징계 이력, 그리고 금융위원회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 과정에서 내부통제 개선 이행 조건을 부여한 것은 내부통제의 완성도가 아직 시험대에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임 회장은 이미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첫 단추는 꿰어진 셈이다. 그는 내부통제 개선 이행을 그룹 핵심 과제로 재설정하고, 윤리경영실을 신설해 외부 법률 전문가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감시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내부 비리 적발을 위한 익명 핫라인도 도입했다.

종합금융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지금, 임 회장의 리더십은 그 체제를 어떻게 작동시키고 성과로 연결할지에 관한 새로운 과제 앞에 서 있다.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체제로 전환한 지금이야말로 실질적인 시너지를 입증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계열사 간 협업, AX 기반 상품 기획, 자산 관리(WM)-기업 금융(IB)-보험 간 통합 운영 등 실행력이 필요한 전략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직 문화 융합과 내부통제의 생활화, 글로벌 투자자와의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등 남은 과제는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닌 신뢰 기반의 실천을 요구한다.

임 회장의 3년은 단기간 성과보다 ‘내부로부터의 변화’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금융사고 제로, 윤리경영 체계 정립, 글로벌 수익 다변화 등 주요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체질 개선의 성과를 ‘종합금융 체제의 시너지’로 연결해내는 것이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리더십이 그 답을 향해 가고 있다.

민관을 넘나든 리더…임종룡 회장의 여정

임 회장은 1959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 영동고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오리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 경제정책국에서 근무하다가 주영국대사관 영사,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제1차관을 지낸 후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을 역임했다.

관료 생활을 떠나서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고, 2015년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해서는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2019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있었고, 이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 삼성증권 사외이사, 율촌 고문 등으로 근무했다.

임 회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면서도 동시에 국내 5대 금융 중 두 곳의 수장을 지내며 민관을 두루 경험한 금융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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