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만 손해?…미국산 소고기∙반도체장비 수입, 한국이 세계 1위

2025-02-27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 오케이미트 육류 가공 공장. 작업대 위로 두툼하고 짙은 붉은빛이 맴도는 미국산 척아이롤이 육절기를 통과해 나왔다. 일정한 두께로 잘려 나온 소고기는 금세 수북이 쌓였다. 직원들은 분주하게 고기를 트레이에 옮겨 담아 포장 라인으로 보냈다.

이곳에선 하루 약 3톤(t)에 달하는 미국산 소고기를 가공한다. 최근 미국산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오케이미트 관계자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처리하는 수입산 소고기 중 미국산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아지며 최근 35% 수준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일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역시 미국 주요 상품의 ‘큰 손’이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 수출업체에 한국은 놓쳐선 안 될 시장으로 떠올랐다.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경제 파트너로서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721억3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전년 대비 1.2% 늘었다. 다만 수출이 더 큰 폭(10.4%)으로 늘어나 대미 무역흑자 폭이 더 커졌다. 미국 입장에선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늘어나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본지 2월 24일자 14면 참조〉

하지만 한국도 미국의 주요한 수출국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표적으로 미국산 소고기는 냉장용·냉동용 모두 한국이 1위 수출국이었다. 지난해 미국 냉동용 소고기의 대 한국 수출액은 12억 달러다. 전체 수출 비중의 26%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25.5%), 일본(12%), 대만(7.6%), 홍콩(6.8%) 순이다. 냉장용 소고기 수출액도 9억4000만 달러(21.1%)였다. 멕시코(19.9%)·일본(19.5%)·캐나다(14.2%)보다 크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정육 기준) 수출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 수출도 네덜란드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에서 2위다. 지난해 미국에서 137억9000만 달러어치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특히 전년 대비 14.4% 늘어나는 등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산 천연가스 수출은 41억9000만 달러다. 전체 5위를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에너지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만큼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반도체 장비(1위), 측정 장비(2위), 치즈(2위), 돼지고기(3위), 가공식품(3위), 탄화수소(3위), 항공기부품(3위) 등 다양한 품목에서 한국은 미국의 상위 수출국에 올라 있다. 수출입 통계에 잡히진 않지만, 애플·구글·테슬라·넷플릭스 등 주요 미국 기업 상품·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에도 한국은 무시 못 할 시장이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런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한국 경제단체가 미국을 찾아 대미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산 상품 수입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도 미국 경제에 상당히 기여하는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미국은 ‘그래서 앞으로 뭘 내줄 건데’라고 묻는 만큼, 기존 실적에 더해 뭘 더 얹어서 제시할지 스토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기환·최선을·나상현·노유림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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