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만행·청와대 습격…‘北에 희생’ 주한미군 공훈록 발간

2025-08-18

1979년 12월 7일 판문점 부근 오솔길. 토마스 앤더슨 중사가 이끄는 한 무리의 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전선 서쪽을 지키는 주한미군 제2사단 9연대 1대대 소속 정찰대였다. 이들의 목적지는 판문점 부근 오울렛 초소. 최전방 군사분계선(MDL)과 가깝고, 삼면이 북한에 둘러싸인 곳이었다. 그날따라 자욱했던 안개 탓에 길을 잃었고, 이들은 북한 관할 구역까지 들어섰다.

그곳은 지뢰밭이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무전수를 비롯해 정찰대 상당수가 크게 다쳤다. 부대 후미에 있던 앤더슨 중사는 한 치 망설임 없이 지뢰밭으로 향했다. 다친 대원을 버리고 갈 순 없었다. 들것으로 쓰기 위해 판초를 펼치는 순간 지뢰가 다시 터졌지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다시 한 발 내딛는 순간 또 다른 지뢰가 폭발했다. 끝까지 전우를 구하려 했던 그는 36살을 일기로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미동맹재단(회장 임호영)과 주한미군전우회(회장 로버트 에어브람스)는 18일 한국전쟁 정전 뒤 북한군의 적대행위로 전사한 주한미군 103명의 이야기를 담은 공훈록을 발간했다.

1968년 1·21 사태 때 김신조씨를 비롯한 무장공비의 퇴로를 막다가 전사한 미 2사단 72기갑연대 소속 살바도르 모히카 이병(사망 당시 18세)의 사연도 공훈록에 담겼다. 1968년 1월 푸에블로호에 승선해 임무를 수행하다가 북한 해군의 함포 사격으로 전사한 듀안 호지스 해군 일병(사망 당시 21세)과 1974년 11월 북한군이 파 내려온 땅굴을 조사하다 부비트랩이 폭발해 전사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소속 로버트 벨린저 해군 중령(사망 당시 41세)의 기록도 적혔다.

한미동맹재단은 지난 2023년부터 주한미군 전사자 추모시설 건립을 추진해왔다. 한국전쟁 정전 뒤에도 100명이 넘는 주한미군이 전사한 사실을 파악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날을 출간일로 정한 건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전사한 아서 G. 보니파스 대위(사망 당시 33세)와 마크 토머스 배럿 중위(사망 당시 25세)를 기리는 의미라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공훈록 내용은 올해 말 전쟁기념관에 세워질 주한미군 전사자 추모비에도 새겨질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공훈록 발간으로 휴전 뒤에도 이어진 주한미군의 희생과 헌신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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