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서울 도심 곳곳이 마라톤 코스로 바뀌며 시민 불편이 커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 난립 실태’가 공식 문제로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은 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최근 4년 사이 국내 마라톤 대회가 13배 이상 폭증했지만, 교통통제·치안 인력 등 행정 부담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20년 19회에 불과하던 국내 마라톤 대회는 ▲2021년 49회 ▲2022년 142회 ▲2023년 205회로 급증했고, 지난해 참가 인원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250회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마라톤이 건강한 시민 스포츠 문화로 자리잡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언론사·기업이 이를 수익사업화하면서 교통 불편·환경오염·상권 피해 등 부작용이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최근 3년간 열린 807회 마라톤 대회에 경찰 인력 3만6,212명이 투입됐지만, 주최 측은 단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며 “공공 인력과 예산이 민간 수익행사를 위해 동원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라톤 대회 주최 측은 대회 참가비(1인당 5만~8만 원)와 기업 협찬금으로 수익을 얻지만, 교통통제와 질서 유지는 경찰이 ‘공익 목적’으로 전담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도로를 막고, 시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구조”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주최 측에 교통관리 비용 일부를 의무 분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특히 도심 행사 허가 절차의 투명성도 문제로 꼽았다.
“현재는 지자체가 경찰과 협의해 허가를 내주지만, 대회 간 중복 여부나 시민 불편도에 대한 종합적 평가 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경우 주말마다 대회가 겹치면서 한강변, 종로, 여의도 일대가 수시로 통제되고 있다”며 “행사 허가 기준·횟수 제한·공공시설 사용 기준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일부 지자체가 지역 홍보 명목으로 마라톤 대회에 행정·재정 지원을 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지역경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매년 예산이 투입되는 사례가 많다”며 “지자체가 단체나 기업과 공동주최 형식을 취하면서 행정력이 과도하게 소모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제는 마라톤 대회도 ‘선별적 허용·책임 분담 원칙’이 필요하다”며 “시민의 일상과 세금이 희생되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박 의원의 지적에 공감한다.
박성배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민간 주최 대회가 지나치게 늘어나 희소성이 떨어졌고, 공공 인프라를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다”며 “행정력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기업이나 언론사가 지나치게 자주 개최하지 못하도록 하고, 도심 통제 구간에 대한 시민 영향 평가도 의무화해야 한다”며 “건강 문화로서의 순기능을 살리되, 공공성에 맞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국매일신문] 전봉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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