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서울서만 6건 집회 예고
광화문·여의도·안국역 일대에서
탄핵 찬성 3만, 반대 10만 모일 듯
물리적 충돌 우려… 경찰, 경비 강화
탄핵 논쟁 번진 대학가 갈등 확산
외부인들 가세… 곳곳 고성·몸싸움
대학, 펜스 등 세워 출입 통제 비상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광장과 캠퍼스는 탄핵 찬반 단체의 시위로 얼룩지고 있다. 탄핵 찬반 단체 모두 3·1절인 다음달 1일 서울로 ‘총동원령’을 내리며 세대결을 예고하고 있고, 대학가에서도 탄핵 찬반 단체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며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서울에서만 6건의 탄핵 찬반 집회가 예고됐다. 집회 신고 인원은 13만명으로 대규모 인파가 서울 광화문광장과 여의대로, 마로니에공원 등지에 집결할 전망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은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5만명 규모의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집회 후 헌재가 위치한 안국역까지 이동할 계획이다. 이들은 3·1절을 계기로 탄핵 반대파의 목소리를 키우려 하고 있다. 전 목사는 22일 탄핵 반대 집회에서 “3·1절에 1000만명이 광화문에 모이면 4·19 혁명과 같은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집회 참가를 부추겼다.
탄핵 반대 측인 세이브코리아도 오후 1시부터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3·1절 국가비상기도회’를 예고했다. 이들이 신고한 집회 인원은 약 5만명이다. 세이브코리아는 그동안 ‘일타강사’로 이름을 알린 전한길 강사를 앞세워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지에서 세를 키웠는데, 이번에는 서울로 지지자들을 집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전국 33개 대학 연합으로 이뤄진 ‘자유수호대학연대’도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전국 대학생 탄핵반대 시국선언 대회’를 열 예정이다.
탄핵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대규모 맞불 집회에 나선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오후 2시부터 안국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과 결합해 세를 키울 계획이다. 신고된 집회 인원은 약 3만명이다. 경찰은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기동대를 동원하고, 차량 통행을 위해 집회와 행진 중 가변 차로 운영 및 교통경찰을 배치해 소통 관리를 할 예정이다.
대학가에서 표출되는 갈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건국대, 서강대, 전남대, 영남대, 고신대에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건국대에선 탄핵 찬성과 반대 시국선언이 같은 장소에서 열리면서 양측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했다. 건국대 재학생 20여명이 모인 ‘건국대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단’은 오후 1시 건국대 분수 광장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탄핵 찬성 측의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부터 반대 측의 재학생들이 “불법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재학생들 사이로 외부인이 뒤섞이면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대학 측은 외부인이 교정에 들어올 수 없도록 분수광장 옆 출입문을 닫고 펜스로 막아 통제했으나, 일부 외부인의 진입을 막지는 못했다. 다만 경찰이 탄핵 찬성과 반대 측 사이를 폴리스라인으로 나눠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서강대에선 탄핵 찬반 집회가 오후 2시부터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서강대 후문 공터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부정선거 수사하라’, ‘탄핵무효 즉시 석방’ 등의 손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간 정문 쪽 청년광장에서는 ‘민주사회를 꿈꾸는 청년 서강’,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학생 공동행동’ 등이 참여한 탄핵 찬성 집회가 약 30명 규모로 열렸다. 이들은 “내란세력 비호하는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내란동조 국힘 해체하라”고 외쳤다.
이화여대에서도 전날 찬반 집회에서 재학생 간 마찰이 빚어졌다. 대학 측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했는데, 윤 대통령 지지자와 보수 유튜버들이 정문 앞에 운집하면서 소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1일 고려대 탄핵 찬반 집회에서는 유튜버들 간 몸싸움이 발생해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탄핵 찬반을 두고 대학가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부산외대, 한동대 등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고, 3·1절에는 중앙대, 충남대, 동아대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릴 예정이다. 일부 대학들은 사전허가제부터 경찰 투입 등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 집회와 관련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양 위원장은 경찰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집회·시위를 보장·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지, 집회·시위를 제한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한서·이예림·변세현·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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