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SSG 랜더스 투수 노경은(41)의 야구 인생은 조금 늦게 만개했다. 그는 마흔이던 지난해 38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처음 올랐다. 프로 22년 차에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해 KBO 시상식 단상에 처음 서봤다. 올 시즌에도 35홀드로 다시 홀드 1위에 등극하며 타이틀 2연패에 성공했다. 본인이 세운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41세 8개월 13일로 늘렸다. 남들이 ‘마지막’을 생각하는 나이에 불혹의 질주를 멈추지 않는 그는 “지금으로선 ‘언제쯤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나 힘들다, 안 되겠다’는 한계를 느끼기 전까지는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노경은은 풍운아였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2016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2018시즌을 끝으로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어 ‘FA 미아’가 됐다. 2019년 한 시즌을 통째로 쉰 뒤 롯데와 2년 총액 11억원에 사인했다. 2021시즌을 끝으로 방출된 그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SSG의 문을 두드렸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보장 연봉 1억원에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어렵게 만난 세 번째 팀에서, 노경은은 잠재력을 터트렸다. 2022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2승5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05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30홀드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셋업맨 역할을 시작했고, 지난해와 올해까지 KBO리그 역대 최초 3시즌 연속 30홀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와 ‘2+1년 총액 25억원’에 사인해 3년 전보다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는 “솔직히 프로에서 1.5군 혹은 ‘1군 패전 처리’ 투수였다. 하지만 SSG에서 불펜 승리조 역할을 통해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며 “아직 힘이 남았고, 구속(시속 140㎞대 후반)도 여전하다는 걸 보여드린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뿌듯해했다.
‘역주행’ 성공 신화의 노경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 베테랑 투수들의 귀감이다. 실제로 그는 후배들이 롤 모델로 꼽는 존재가 됐다. 1985년생인 LG 트윈스 김진성(40)은 역대 한국시리즈(KS) 최고령 승리투수(2차전)가 된 뒤 “노경은 선배를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두산으로 복귀한 1989년생 투수 이용찬(36)도 “노경은·김진성 선배님처럼 롱런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주변을 돌아보며 점점 ‘내가 잘 버텨야, 후배에게도 길이 열린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다른 베테랑 선수들도 후배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노경은은 KBO 시상식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수상 소감을 전해 화제가 됐다. “선수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내가 프로에 입단할 때 아버지 나이가 마흔아홉이셨는데, 지금은 일흔을 넘기셨습니다. 부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을 보내세요.” 그는 소감과 관련해 “전에는 시간이 나면 놀러 다니기 바빴다. ‘선수 생활 챙기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며 부모님을 뵐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더 부모님을 뵙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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