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속 여제’ 이상화(37)의 후계자는 김민선(27)으로 통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7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어진 두 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빙속의 차세대 대들보가 됐다.
그러나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2월 6일)을 정확히 한 달 앞둔 지금, 여자 500m의 기대주를 꼽으라면 김민선과 함께 샛별 이나현(21)의 이름도 나온다. 이나현은 지난해 2월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00m 금메달을 비롯해 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순서대로 수확하면서 김민선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지난달 태릉빙상장에서 열린 제52회 스프린트 선수권에서 이나현은 김민선을 제치고 500m 정상에 올랐다.
5일 태릉빙상장 인근의 카페에서 이나현을 만났다.
이나현은 카메라 앞에서도 주눅 드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시간이 정말 빠르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100일이 남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어느덧 한 달 앞으로 개막이 다가왔다”면서 “TV로만 보던 동계올림픽이다. 처음인 만큼 설렘이 크다. 큰 무대라고 해서 ‘쫄지’ 않고, 평소처럼 당차게 경기를 즐기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나현의 무기는 큰 키(170㎝)에서 나오는 힘찬 스케이트다. 특히 스타트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아 단거리인 500m에서 강점을 보인다. 체격은 유럽과 미국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500m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린 이나현은 “현재 몸 상태는 90% 정도다. ISU 월드컵 일정을 치르느라 체력이 조금 떨어진 상태였는데 휴식을 병행하면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빙판과의 연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학년 겨울방학 때 취미로 들은 빙상 수업에서 흥미를 느꼈다. 4학년이 돼서는 호주로 유학을 떠나면서 잠시 스케이트를 벗었지만, 2년 뒤 돌아와서 다시 빙판으로 향했다. 이나현의 어머니인 이승연(56) 씨는 “이상하게도 스케이트만 신으면 딸의 눈빛이 달라졌다. 의지가 있으니 실력이 쑥쑥 늘더라. 결국 초등학교 6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면서 “어릴 적부터 무언가 미션을 주면 이를 곧장 수행하는 외동딸이었다. 커서 체육 전공 정도는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국가대표가 됐다. 밀라노에서도 떨지 않고 자기 기량만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나현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며 이상화를 롤모델로 삼았다. 몇 해 전 한국체대 훈련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대선배가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보내자 후배는 그저 “우와”라고 외치며 신기한 표정만 지었단다. 전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이나현은 부지런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전에는 지상 훈련장에서 데드리프트와 스쿼트 등 근력 운동과 ‘무한 굴레’ 같은 뜀박질을 반복한다. 오후에는 빙판으로 나와 강도 높은 스케이트 훈련을 소화한다. 엘리트 선수가 된 뒤로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 끝내 단념하지 않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이나현의 경쟁자로는 500m 랭킹 1위 펨케 콕(26·네덜란드)을 비롯해 2위 요시다 유키노(23·일본), 3위 에린 잭슨(34·미국) 등이 꼽힌다. 이나현은 “500m는 조금만 실수해도 삐끗한다. 준비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면 화가 난다”면서 “경쟁자들 모두 만만치 않으니 내가 잘 준비해야 한다. 모든 경기를 끝낸 뒤 꼭 태극기를 힘차게 펄럭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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