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차세대 반도체 소재 '몰리브덴' 한국서 생산

2025-02-20

독일 머크가 차세대 반도체 소재 '몰리브덴'을 한국에서 생산한다. 저항이 낮아 기존 텅스텐을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는 소재로, 해외에서 들여왔던 것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 신속한 공급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우규 한국머크 대표는 20일 '세미콘코리아 2025'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에서 몰리브덴 생산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크는 한국 내 반도체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6억유로(약 89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계획된 한국 투자는 올해 완료되는데, 마지막 신규 투자 분야로 몰리브덴을 낙점했다.

몰리브덴은 텅스텐을 대체할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3차원(3D) 낸드처럼 높이 쌓아야 하는 반도체는 구리 배선 대신 텅스텐을 사용하는데, 저항률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 구현에 제한이 있다. 몰리브덴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물질로, 저항 뿐 아니라 열화학적 안정성도 좋아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꼽힌다.

머크가 몰리브덴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한 건 한국 내 수요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몰리브덴을 신속하게 공급하려면 인접한 지역에 생산 기지를 마련해야하는 만큼, 한국 내 생산거점이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앞서 머크는 한국에 반도체 소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광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린스(세정액)와 웨이퍼 평탄화 필수 소재인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를 현지 생산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머크는 올해 반도체용 특수가스와 박막 소재 투자도 이어갈 방침이다. 기존에 갖춰진 한국 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김 대표는 “고객사(반도체 제조사) 사용량 증가를 예측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미리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머크는 '머티리얼즈 인텔리전스 플랫폼' 전략도 소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 연구개발(R&D) 및 양산 속도를 높여, 적기 시장 공급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아난드 남비아 머크 전자재료 사업부문(일렉트로닉스) 수석 부사장은 “AI 기술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이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첨단 반도체 제조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램리서치도 몰리브덴 시장 공략 의지를 피력했다. 램리서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몰리브덴을 활용할 수 있는 원자층증착(ALD) 장비 '알터스 할로'를 공개했다.

텅스텐은 프리커서(전구체)가 기체인 반면 몰리브덴은 고체여서 새로운 ALD 장비가 필요하다. 램리서치는 몰리브덴을 기화할 수 있도록 온도와 압력 등을 최적화, 몰리브덴 증착에 최적화된 장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알터스 할로를 활용해 몰리브덴을 증착하면 기존 텅스텐 금속 배선 반도체 대비 저항이 50% 이상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램리서치는 고객사도 확보했다. 마이크론은 올해부터 양산 라인에 알터스 할로를 적용, 3D 낸드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종합반도체기업(IDM)도 알터스 할로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램리서치는 향후 몰리브덴을 적용한 반도체가 낸드 이외에 D램과 시스템 반도체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셀을 기존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배치하는 4F 스퀘어 D램과 미세화 핵심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에서 몰리브덴 활용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카이한 애쉬티아니 램리서치 부사장은 “고객사들이 D램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몰리브덴 검증을 하고 있다”며 “적용 순서는 D램보다 시스템 반도체가 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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