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넘어가는 ‘KBO리그의 걸리버’ SSG 류효승

2025-09-11

요즘 프로야구 SSG 랜더스 경기를 보면 낯선 얼굴의 선수가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서 봐도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호쾌한 장타. 걸리면 넘어가는 ‘KBO리그의 걸리버’ 류효승(29)이다.

소인국 속의 거인 걸리버를 떠올리게 하는 류효승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출전 게임은 12경기뿐. 그런데 지난달 1군으로 올라온 뒤 치른 15경기에서 타율 0.333 4홈런 9타점 11득점으로 활약하면서 SSG의 새로운 거포로 떠올랐다. 특히 신장 1m90㎝, 체중 100㎏의 건장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0.630의 장타율이 압권으로 꼽힌다.

최근 인천에서 만난 류효승은 “사실 우리 가족 모두 적잖은 체구를 자랑한다. 아버지 신장은 1m88㎝이고, 어머니 키도 1m70㎝ 가까이 된다. 또, 여동생이 1m70㎝, 남동생이 1m80㎝로 DNA가 남다르다”고 웃었다. 이어 “야구를 시작하고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회를 주시는 이숭용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늘 도움을 주시는 코치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류효승은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칠성초)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처음에는 특출한 내야수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때 우연한 계기로 키가 훌쩍 크면서 힘이 붙었다. 선천적으로 뼈가 말려있는 골반을 수술한 뒤 10개월 넘게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이때 15㎝ 가까이 신장이 늘었다.

대구상원고에서 주전 1루수로 활약한 류효승은 그러나 2016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방망이의 정확도는 준수했지만, 기대하던 장타력이 나오지 않아 외면을 받았다. 류효승은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로 데뷔 무산은 오히려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다. 성균관대에서 이연수 감독과 하지호 타격코치(현 신일고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장타력을 길렀다. 이렇게 다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대학교 졸업 후 SK 와이번스(SSG의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까지 2군에서 조금씩 성장한 류효승을 두고 이숭용 감독도 적잖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원래는 더 빨리 1군으로 올리려고 했지만, 콜업 시기마다 잔부상이 생겨 지난달에야 붙박이 지명타자 자리를 주게 됐다.

이 감독은 “내가 빨리 류효승을 보고 싶어서 박정권 2군 감독에게 직접 전화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최정과 함께 지내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 아직 경험이 적지만, 앞으로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 차세대 중심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류효승은 “프로 입단 전까지 골반과 팔꿈치, 어깨, 코까지 수술만 4번을 받았다. 그래서 내겐 지금 1군에서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면서 “올해로 한국 나이 서른이 됐다. 시간이 빨리 갔지만 늦은 만큼 1군에서 오래도록 활약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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