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AI 강국 도약, '데이터 해자' 구축이 관건”

2025-12-28

신소재 개발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나노 기술 기업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AI 활용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 교육도 지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준채 카이로스랩 대표는 최근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이 진행한 나노 소재 분야 AI 간담회에서 “각 기업이 보유한 실험 및 공정 데이터가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해자(moat)'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의 침입을 막는 성곽 주변 물웅덩이를 뜻하는 해자는 외부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도록 만드는 진입장벽을 의미한다. 독자적인 데이터가 있어야만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간담회는 AI 도입에 관심을 가진 나노 소재 기업 5곳과 나노 분야 AI 교육을 진행해온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애로사항을 나누고 육성 전략 수립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나노 소재 개발은 고가 측정 장비와 반복 실험이 필수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AI와 데이터 기반 접근 없이는 탐색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어렵다.

구글 딥마인드가 AI를 활용해 3주 만에 220만개 새로운 무기화합물 소재를 찾아내는 등 글로벌 빅테크는 AI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에 적극적이다. 기존 방식이라면 800년이 걸릴 작업이다.

그러나 국내 나노 기업이 AI를 활용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특히 기업 내 데이터는 많지만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정제된 데이터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석 방법론 차이로 3년간 쌓은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경영진의 높은 기대치에 비해 실무자들이 느끼는 효용감 사이 간극도 상당하다. 파이썬 같은 코딩 기술 진입장벽과 전문인력 부족도 문제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AI 도입을 결정했지만 현장에서는 데이터 정제조차 익숙치 않고 AI 활용 목표도 불분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노 분야 AI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협회 등을 중심으로 나노 소재에 특화된 데이터 표준 가이드라인을 세운다면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독자적으로 AI 도입을 진행하기보다 전문기업이나 출연연, 대학과 파트너십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황태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개별 기업이 고가의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만큼 여러 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AI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구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내부 데이터를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대상 AI 교육도 중요해졌다.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이 산업인력의 AI 활용 능력 강화를 목표로 진행한 '나노소재 AI 역량강화 지원사업'에는 올해 120개사 298명이 참여하면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이는 과기부와 NIPA 지원으로 조합이 2022년부터 수행하는 사업이다. 올해 AI 교육 사업 이후 교육만족도 93.3점, AI를 활용한 업무 성과 향상도 85.5점, AI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 착수 36건의 성과를 냈다.

에버켐텍 관계자는 “전사 차원에서 AI 도입과 활용을 준비 중”이라며 “교육 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주영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 실장은 “기업들의 AI 도입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는 지금이 한국 나노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라며 “인력 양성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AI 교육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나노 기업 지원 사업 아이디어를 모색해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