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221년 중국 진나라는 지역마다 달랐던 도량형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했다. 표준화된 단위는 세금 부과의 공정성을 높였고 상업 활동과 지역 간 교류를 촉진했다. 공통의 기준을 공유하는 일이 교역과 행정을 움직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오늘날의 관세 협력 또한 복잡한 국제 무역의 기준을 하나로 정립해 수출 활로를 뚫는 현대판 도량형 통일이라 할 수 있다.
세계 무역 질서는 어느 때보다 빠르고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관세는 더 이상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산업 정책과 통상 전략,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좌우하는 핵심 수단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전략 경쟁을 이유로 관세와 통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기업 역시 대미 수출 과정에서 이전보다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는 등 일부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글로벌 무역 환경과 미국 내 정치·경제적 변수에 따라 품목별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정책 변화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예측 가능성은 결국 관세 부과 기준을 정확히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관세청은 그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과의 협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왔다. 미국 주재 관세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소액 물품 관세 면세 제도 폐지’와 같은 주요 동향을 신속히 입수해 전파했다. 고위급 협력 회의도 수차례 개최해 우리 기업의 통관 애로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했다. 또한 미국의 HTS 코드에 대응하는 품목을 기업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미 품목 분류 연계표를 제작·배포했다. CBP의 원산지 판정 과정에서 기업이 의도치 않게 고율 관세에 직면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철강 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비특혜 원산지 판정 체크포인트’도 제공했다.
앞으로의 협력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다음 주 개최 예정인 한미 관세청장회의가 그 계기다. 우리나라를 경유해 미국으로 반입되는 우회 수출 단속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선량한 우리 수출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다. 동시에 통관 애로 해소, 마약 공조 강화 등 핵심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 기업이 대미 수출 과정에서 큰 어려움으로 꼽는 비특혜 원산지 문제와 관련해 판정 사례 공유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아울러 3월 말 개최 예정인 ‘코리아 커스텀스 위크 2026’에 미국 CBP 전문가 참석을 제안해 우리 기업 대상 설명회를 추진하고자 한다. 미국 현지 진출 기업들과의 간담회도 열어 현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필요한 경우 CBP에 즉시 전달하는 등 현장 중심의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관세 협력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수출 현장의 기준을 선명히 하고 해석의 간극을 좁혀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과정이다. 기원전의 도량형 통일이 교역의 토대가 됐듯 오늘의 관세 협력은 우리 기업이 세계라는 무대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동장을 만드는 일이다. 관세청은 한미 관세 협력의 단단한 토대 위에 우리 기업의 수출 동력을 싣고 더 넓은 세계시장으로 함께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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