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또는 필연, 그리고 인연…강운구 작가 사진전

2025-10-08

우연 또는 필연.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삶의 매커니즘. 지금의 내가 나로 존재하는 이유는 우연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신 혹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필연이었을까? 사진가 강운구는 31년 전에 이런 고민을 했던 것일까? 결정적인 순간이란 우연히 찾아 오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한 순간을 낚아챘기에 필연인 것일까?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강운구의 <우연 또는 필연>은 31년 전 그의 첫 개인전을 다시 펼쳐 보이는 사진전이다. 동명의 사진집도 재출간됐다. 원작이 어두운 암실에서 완성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였다면, 컴퓨터 프로그램 ‘라이트룸’으로 되살린 디지털 프린트를 더한 130여 점이 미술관에 걸렸다. 여든 중반에 접어든 작가의 사진집들도 관람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앤솔로지다. 원로 사진가의 작품들을 꽃다발처럼 포장한 전시. 하여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을 삼부작’도 <우연과 필연>이라는 앤솔로지에 포함됐다. 황골, 용대리, 수분리 마을의 풍경들. 독재 정권이 새마을을 만든다며 천편일률적인 농가 주택을 만들기 이전의 촌락 공동체의 모습이다. 작가의 표은 이렇다. 촌(村)스러운 사진.

“누구에게나 우연의 순간은 찾아오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필연으로 포착된다.”

강운구의 작업론을 설명하는 전시명이라고 미술관 측은 보도자료에 적어놓았다. 과연 그러한 것일까? 우연이란 게 사람에 따라 필연으로 둔갑하는 것일까? 그래서 필연으로 남지 못한 모든 우연한 순간들은 쓸모를 잃은 파편들일까? 아닐 것이다. 작가인 강운구도 사진집 ‘마을 삼부작’에 비슷한 후기를 남겨 놓았다. 사진 찍을 당시에 선택된 장면들 이외에도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아쉬움이란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시간과의 겨루기’에서 패자인 사람이 느낄 수밖에 없는 우연한 순간에 대한 회한이다.

“어떤 사진은 마침내 사라지는 것에 기여한다. 그리고 어떤 사진가는 사진과 함께 사라진다.”

지금의 강운구에게 뒤만 있고 앞은 없는 시점이다. 그래서 이 순간이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연도, 필연도 결국 ‘인연’이기에. 아무도 모르는 산골 마을에 발을 들여놓고, 아이 업은 아낙을 만나게 되고, 밭을 갈던 소가 넘어지는 광경을 목격하는 일은 우연도 필연도 아닌 인연 때문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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