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의 결단...벌써 대망론?

2025-01-02

불확실성 제거, 여야 1명씩 임명 절묘한 타협책

거대 야당의 나라 쑥대밭 탄핵 협박 고리 끊었다

尹, 5% 지지 광화문 세력 의존해 구차한 ‘투쟁’

대망론 이르나 합리적 보수파 충격 씻어 줄 ‘희망’

윤석열이 5% 안팎 지지를 받는 강성 보수 세력에 기대 목숨을 부지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가 자초하고 있는 말년의 구차한 모습이다.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관저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공수처 체포조가 들이닥칠 때 길바닥에 드러눕거나 몸으로 저지하라는 투쟁 독려다. 그들은 실제로 경찰과 대치,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제 선진국의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품격을 잃고 추하게 일그러질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이 편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라고 썼다. 억장이 무너진다.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 나라를 큰 위기와 혼란에 빠뜨려 놓고 관저에서 한다는 일이 친윤 광신도, 극성 아스팔트 보수 유튜브 시청이라니….

대통령실-여당 친윤 의원들-극우 유튜버와 광화문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국민 대다수가 그를 마음속 대통령 자리에서 떨쳐낸 지 오래다. 탄핵 인용과 처벌(구속) 의견이 대략 70%다.

이러면 설령 헌법재판소가 만에 하나 기각 결정을 하더라도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서도 헌법재판관 중 단 한 명이라도, 국회에 병력을 투입해 “의원들을 둘러업어 내라”고 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윤석열을 지금까지도 꿋꿋이 방어하는 이들이 “국익을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최상목을 배신자라 부르며 맹비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6명 상태가 지속된다면 탄핵 심리는 임시 조치로 가능해졌으나 선고는 쉽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상목이 2명을 추가시켜 줌으로써 선고가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 전인 3월 중이나 4월 초에 나오게 됐다. 그러면 후속 대선은 5~6월이다. 선고가 아예 못 이뤄지거나 6명 중 최소 1명 반대로 기각되는, 탄핵 심판 무한 지연을 고대해 온 윤석열 측의 산통을 깨 버린 최상목에게 그래서 분노하고 있다. 그는 尹이 특히 총애한 각료다.

재판관 임명 결정을 발표한 국무회의에서 거칠게 반발하고 윽박지른 인사들은 정치인(김문수)이나 변호사 출신(김태규) 장관 또는 기관장(방통위원장) 대행 등이었다. 임명권자에 대한 마지막 충성 발언인가?

관료들을 한심하게 보는 경향이 논객들 사이에서 그동안 강했었다. 그러나 이번 국무회의 발언록을 보니 관료 출신 장관들(조태열, 김완섭)이 더 나라를 생각하고 온건하며 합리적이었다.

한덕수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이 된 최상목은 나라의 경제 정책과 관리를 책임지는 부총리로서 한덕수가 회피한 국회 선출(물론 민주당 단독으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여야 1명씩은 사실 기계적으로는 여야가 합의한 결과라고 보는 게 옳다.

최상목은 이를 꿰뚫어 보고 한덕수가 못한 솔로몬 재판을 한 셈이다. 그가 재판관 임명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합리적 보수우파 진영에서 전혀 예상 못 했던 절충안, 타협책이었다.

“계엄으로 촉발된 경제 변동성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와 권한대행 탄핵 소추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그날 밤(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를 총리-장관들에게 일방 통보한 12월 3일)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최상목은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독단적’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들었다. 나라의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암초가 바로 이 불확실성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주요인이다.

거대 야당의 탄핵 장난 고리를 자기 선에서 끊어야만 하겠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그는 탄핵 전 한덕수에게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韓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사실상 거부), 탄핵을 자원하다시피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배가시켰다. 대통령 권한대행 일과 헌법재판관 임명의 짐도 최상목에게 덮어씌웠다.

최상목은 지지는 하나도 없고 여야, 대통령실, 정부 내 일부 국무위원 모두가 불만인 헌재 재판관 임명 독박을 썼다. 그럼으로써 최소한 결정적인 불확실성은 제거했고 민주당으로부터 탄핵 협박이 더 이상 안 나오게 했다. 이 점에서 그의 결단은 평가받아야만 한다.

그가 용기와 헌신, 사명감이라는 교과서적 공직자 자세를 보이자 호사가들 사이에서 벌써 ‘최상목 대망론’이 회자하기 시작했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인 그는 같은 코넬대 박사 출신이자 서울 법대 은사인 박세일(작고, 법경제학)의 “머리 좋은 너희들이 다 판검사만 하지 말고 나라 발전을 위해 공무원이 돼라”라는 가르침에 감화돼 사법시험 대신 행정고시로 경제 관료가 된 사람이다.

대망론은 아직은 섣부르고 본인에게 누가 되기 쉬운 추측이다. 하지만 윤석열에게 충격과 상처를 받은 합리적 보수우파가 실력과 소신이 있는 한 사람을 세워서 희망을 걸어 보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재판관 임명 강행으로 사면초가가 된 최상목에게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이 가뭄에 콩 나는 격려를 해줬다. 새해 초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그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대망론이 아니라 이런 옹호론일 것이다.

“최 대행이 비난을 무릅쓰고 경제를 고려한 어려운 결정을 했다. 공직자로서 나중에 굉장히 크게 평가받을 일이다.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계속 탄핵 위협 가운데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 사령탑이 탄핵될 위험은 굉장히 줄어든 만큼 여·야·정 협의를 통해 경제를 안정시킬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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