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된 건물 잔해 사이로 날카로운 콘크리트 조각이 튀어나온 폐허 한복판에서, 아이들 몇명이 낡은 스케이트보드를 굴리며 작은 경사면을 향해 힘껏 몸을 던진다. 속도를 잃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일어선다. 전쟁이 빼앗아간 일상 속에서 이 짧은 순간만큼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가자지구 곳곳 임시 이동식 스케이트파크가 두 해 가까이 계속된 전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어린이들에게 드문 심리적 회복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서남 아시아 대표 언론 알자지라가 17일 보도했다.
지난 10월 10일 허술한 휴전이 시작된 이후, 스케이트보드 코치들은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평범한 하루의 조각’을 제공하기 위해 유랑식 보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라자브 알레이피 코치는 “가자에도 스케이트파크가 있었다. 우리의 꿈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계속돼, 지난달 10일부터 지금까지 최소 260명이 숨지고 6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자지구의 자원 부족은 스케이트보드 교육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장비 부족으로 바퀴 하나, 판자 하나까지 귀해졌고, 코치들은 고장 난 보드를 직접 깎고 고쳐 다음 수업에 대비한다. 어느 정도 외관이 유지된 몇 안 되는 평평한 마당이 초보자들의 연습 공간이 되고, 붕괴된 벽과 잔해 더미는 모험적인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램프’가 된다. 림라스 달룰 코치는 “보드도 부족하고 보호장비는 전혀 없다. 아이들은 옷만 입고 넘어지며 연습한다”며 “다쳐도 아이들은 다시 돌아온다. 아픔보다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일곱 살 마라 살렘은 전쟁 기간에도 보드를 놓지 않았다. 그는 “여기 와서 노는 게 좋다. 빠지고 다쳐도 계속 오고 싶다”며 “전쟁 중에도 스케이트를 탔다. 폭격이 들리면 달아나서 다른 길에서 탔다”고 말했다. 마라의 말은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겪는 극단적 현실을 보여준다. 국제 구호단체에 따르면, 이번 분쟁 이전에도 아동 최소 100만 명이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했으며, 최근에는 집단 트라우마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 어린이 약 1만7000명이 부모와 떨어졌으며, 지난 9월 한 달 동안 신고된 아동보호 사례는 48% 증가했다.
학교는 대부분 파괴됐고, 주거지는 무너졌으며, 65만 명이 넘는 학령기 아동이 두 해 가까이 교육을 잃은 상황이다. 알자지라는 “스케이트보드 교육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놀이를 넘어 잿더미 위에서 잠시나마 평온을 되찾는 치유의 장이 되고 있다”며 “아이들은 폐허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보드를 타며 균형을 잡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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