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 눈 먼 미친X’이라던 민서진, 솔직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 속 하윤경이 분한 민서진은 승진이라는 야망과 진실이라는 정의를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다 후반부에는 결국 정의의 편으로 돌아서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민서진의 선택에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어요. 다만 이 사람이 하는 고민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많이 합니다. 어찌됐든 야망과 성공을 위해서는 타협해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결국 정의의 편에 서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라면 민서진과 다른 선택을 할래요. 박쥐처럼 이쪽저쪽 왔다갔다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스포츠경향은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강남 비-사이드’에서 승진을 위해 물불 안가리는 검사, 민서진 역을 맡은 하윤경을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민서진의 복합적인 면모, 연기하기 어려워”
하윤경이 출연하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김형서(재희)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가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추격 범죄 드라마다. 극 중 하윤경은 건조하고 차가운 감정과 진한 카리스마를 지닌 민서진의 내면을 탁월하게 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사람들 저마다 선한 마음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죠.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역으로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윤길호(지창욱 분)와 강동우(조우진 분)과 민서진은 다른 캐릭터예요. 인간미 넘치죠. 그런 복합적인 정서가 민서진 안에 녹아 있다 보니 연기하기도 까다로웠습니다.”
극 중 민서진은 과묵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는다. 야망이 있지만 그것을 감춰야 하는 복합적인 매력이 있지만, 대신 연기 난이도는 올라간다. 민서진이 착용한 의상도 말끔하게 다려진 정핏의 검정색 양복이다.
“저는 연기를 할 때 표현해야 하는 것들은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민서진이라는 캐릭터를 맡으면서 절제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탁주일(정만식 분) 검사한테도 좀 더 대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고요. 절제해서 많은 것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어려웠습니다.”
■ 홀로 외딴 섬…“선배들이 도와줬죠”
‘강남 비-사이드’에서 민서진은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주인공 삼인방 강동우, 윤길호, 김재희(김형서)가 좋든 싫든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서로 화합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달리 민서진은 시종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선택하는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
“아무래도 혼자 찍는 씬들이 많았어요. 퀴퀴한 무채색의 사무실에서 혼자 문서 작업을 하는 장면처럼요. 그럴 때 정만식 선배님이 항상 저를 챙겨주셔서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특히 이번 촬영을 통해 선배님들의 노련함을 느꼈어요. 평소에는 여유롭게 계시다가 슛 들어가면 180도 변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배우로서 감화가 되더라고요.”
‘강남 비-사이드’의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의 여동생으로 알려진 박소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소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서진 검사실 수사계장 류현경 역을 맡았다.
“촬영 직전에 감독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성격이 너무 좋으셔요. 감독님과 성격은 정반대죠. 정돈돼 있고 냉정한 성격의 감독님과는 달리 박소리 배우는 정말 따뜻하고 친언니처럼 챙겨주셨어요.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재밌었어요. 의지가 많이 됐죠.”
■ 하윤경, 차기작은 군인?
배우로서 하윤경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연기를 할 때 ‘기술적인 연기’를 최대한 경계하려고 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 자기만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해요. 이를 절제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 역할이든 연민이 가게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어떤 악역이든지 그 내면에는 동정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강남 비-사이드’의 민서진도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둬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윤경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호사 최수연 역을 완벽 소화해 당시 얻었던 별명 ‘봄날의 햇살’은 끊임없이 수식어로 따라다닌다. ‘강남 비-사이드’에서는 검찰로서 똑같이 전문직이지만 최수연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 민서진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이번 연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들을 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연기적인 성숙뿐만 아니라 검사들의 삶도 간접적으로 체험해봤고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습니다. 차기작 역시 한계를 두고 고르진 않아요. 다만 안 해봤던 역을 한번 도전해보고 싶긴 하네요. 지금으로선 군인 역이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