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일보]우리나라의 대형 사고의 특징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그동안 감추어졌던 문제점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이다.
이번 무안 공항의 제주항공 참사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수평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항공기가 활주로를 지나쳐 부딪혀도 충격이 없도록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무안 공항은 콘크리트판이 매립된 2m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됐고 해외 전문가들은 이 상식 밖의 시설을 ‘범죄행위’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시설이 2007년 개항 때부터 존치해왔는데 아무도 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국 14개 공항의 안전을 총괄하는 한국공항공사가 공항 전문가들에게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전리품으로 휘둘러졌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사장이 부재중으로 8개월 동안 사장 직무대행이 14개 공항을 이끌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니 중요한 의사결정을 못 할 수밖에 없고 안전관리도 소홀했다. 그러면 8개월 전 그만둔 사장은 전문가였던가? 대선을 목전에 둔 2022년 2월,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국정원 출신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항공 관련 전문 경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대선 기간에 인사를 하는 것이 ‘알박기’라는 논란이 많았지만, 임명은 강행되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도 자리를 버티다 지난해 4월에야 퇴임했다.
전임 사장도 비전문가에다 경찰 출신에 민주당 공천으로 총선에 출마했던 인물을 앉혀 논란이 있었다.
흔히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 사장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조직만큼은 전문성이 감소되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이다.
사장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2021년 공항공사는 공사 2인자인 상임감사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보좌관 출신을 임명했는데, 그 역시 노조와 보좌관 경력만 있을 뿐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항공 분야에는 전무하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대통령실과 국토부 차관을 지낸 총선 낙선자를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가 민주당의 반발로 현재까지 공석인 상태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밝혀진 ‘정권 전리품’ 실상에 국민은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우리 정치가 오염되고 있는 것에도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