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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에선 하루 반도체 공정 과정에 투입하는 물의 양만 수십만톤이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아무 물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그란 원판 모양의 웨이퍼를 세정하는 단계에서는 고도로 정제된 물을 사용해야 한다. 이 물을 ‘초순수’라고 하는데 미세입자, 미생물 등 불순물을 제거해 극도록 정제했다.
스웨덴 기업 NSS워터(Water)는 바로 초순수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나노 오염 물질을 줄인 ‘나노퓨어 워터(Nanopure water)’를 개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퓨어 워터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물의 양 자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 측은 “초순수를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쓸 경우 물 사용량을 기존 대비 9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순수한 물을 사용할수록 물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연구에 입각했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물 사용이 줄어드는 게 가능하냐. 한 번 쓰인 나노퓨워 워터를 재사용할 수 있어서다. NSS워터는 앞으로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자사의 제품이 강점을 가진다고 강조한다.
NSS워터는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한국을 자사 기술이 쓰일 주요 국가로 꼽았다. 이밖에도 대만, 유럽연합(EU) 등에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NSS워터는 최근 진행한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2024’가 꼽은 혁신 기업 10곳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Björn Holmström NSS워터 대표(=사진)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초순수 시장을 주목한 이유를 들어봤다.
-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나?
창업했을 때 명확한 필요성을 봤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물에서, 가장 작은 나노 단위의 오염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10~15년 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생산량이 많아진 지금은 문제가 됐다. 또 반도체 업계가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어, 이를 지속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도 봤다. 이 점이 NSS워터를 창업한 이유다.
-나노퓨어 워터가 무엇이며, 반도체 제조 공정에 왜 필요한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순수’란 초순수(UPW)를 말한다. 모든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고도로 정제된 물이다. 반도체는 오염 물질이 전혀 없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입자, 불순물, 미량의 화학 잔류물 조차도 회로를 방해해 칩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
-NSS워터는 나노퓨어 워터를 만드는데 어떤 기술을 사용하나?
막 증류를 기반으로 한 자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과 관련된 공정, 설계를 완성했다.
-경쟁사 대비 NSS워터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특허받은 WET(Water Enhancement Tool, 물 강화 도구)를 기반으로, 5nm 이상의 입자가 없는 시장에서 가장 순수한 물을 생산한다. 주력 제품인 WET SEMI는 반도체 제조업체를 위한 솔루션이다. 칩 수율을 개선하고 물과 화학 물질 사용을 최대 90%까지 줄여 환경의 영향을 낮춘다.
이밖에도 뛰어난 정수 능력, 유엔(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맞춰 물 사용량과 유해 화학 물질,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있다. 또 나노 순수 생산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해 유연하고 통합하기 쉬운 솔루션으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반도체 산업은 보수적이지만, 우리는 이전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NSS워터의 제품을 사용하면, 물 사용량을 기존 대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저희는 연구를 하면서 극도로 순수한 물을 사용하면 물 사용량이 이전보다 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저희 제품을 사용하면) 공정에 필요한 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된 나노퓨어 워터는 어떻게 폐기되나?
사용된 물은 폐기물로 버려지며, 어떤 공정이 필요한지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많은 화학 물질이 사용되어 주의 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폐수를 처리해 재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전체 정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에는 폐기물을 파기하기 위해 회수하기도 한다.
-고객사는 주로 어떠한 산업군인가?
반도체 제조업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도 공략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생명과학 산업을 공략할 수 있다.
-고객들이 나노퓨어 워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반도체 제조업체는 웨이퍼를 헹구고 다양한 공정 단계를 거친 후 세척하기 위해 나노퓨어 워터를 사용한다. 생명과학 분야에선 나노퓨어 워터를 연구에 사용하며, 리보핵산(RNA), 디오시리보핵산(DNA) 샘플의 혼합물로 사용된다. 대학교에서 나노 제조 연구를 하는데 나노퓨어 워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노퓨어 워터에 대한 수요를 전망한다면?
반도체 산업에서 물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에 나노퓨어 워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NSS워터는 물 사용량을 줄여 (물 소비량이 느는) 상황을 바꾸고자 한다.
-한국 시장을 진출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제조 시장 중 하나다. NSS워터는 한국을 미래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어,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관련해 (한국)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룬 성과는?
NSS워터는 한국 스타트업 시스템에서 성공을 거뒀다. 2년 전,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30위 안에 드는 것을 시작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최근에는 컴업2024가 선정한 혁신 스타트업 10위 안에 들었다. 이밖에도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와 협력해 여러 회사를 만나고, 2025년 사업 확장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한국 외에도 어떤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나?
저희 제품에 대해 대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인 유럽연합(EU)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에 직원을 두고 있다.
-회사의 수익모델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솔루션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다르다. 반도체 산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 기업간기업(B2B)에 가깝지만, 때로는 기업간소비자(B2C)가 될 수도 있다.
-사업 관련해 내년도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에는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시드 라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대학의 연구개발(R&D) 실험실을 겨냥한 소규모 시스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더 많은 시범 프로젝트와 파트너를 찾고 있다.
-컴업2024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NSS워터를 홍보하기 위해 참여했다. 혁신 스타트업 10위에 선정되어 즐거웠고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
-이밖에도 하고 싶은 말은?
NSS워터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내년 1월 1일 서울에 첫 한국인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내년도 한국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데 성공하길 기대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