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판매 중인 중국산 재생에너지 제품에서 악성 통신 장치가 발견돼 당국이 ‘백도어(Back door·인위적으로 만든 정보유출 통로)’를 의심하고 조사에 나섰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에너지 당국이 중국산 태양광 전력 인버터에서 미확인 통신 장치들을 다수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전력 장비에서 비인가 통신 장치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력 인버터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전력 인버터는 원격 관리가 가능하도록 제작되는데, 전력 회사들은 중국으로 통신이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방화벽을 설치해 사용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전력망 보안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불법 통신 장치가 발견되면서 ‘백도어’를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공급업체에서 공급된 일부 배터리에서도 사전에 인지되지 않았던 통신 장치가 발견됐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들 통신 장비를 이용해 인버터를 원격으로 꺼버리거나 설정을 변경할 경우 전력망이 불안정해지는 등 재난 사태를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인버터에 설치된 불법 통신 부품은 전력망을 무력화하고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마이크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 국장은 “중국은 미국 핵심 인프라의 일부 요소라도 파괴 또는 교란 위험에 노출 시키는 것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산 인버터의 광범위한 사용은 서방이 보안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의 인프라 성과를 왜곡하고 비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백도어가 설치된 중국산 인버터 및 배터리의 제조사명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이터는 컨설팅사 우드 맥켄지의 데이터를 인용해 "화웨이는 2022년 전세계 인버터 출하량의 29%를 차지한 세계 최대 공급사였고, 선그로우와 진롱 솔리스가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3개 사 모두 중국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