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믿기 힘든 90년대 아이콘의 놀라운 귀환

2025-10-22

누구보다 빛났던 1990년대의 아이콘이 긴 공백 끝에 다시 마이크 앞에 앉았다. 배우와 가수, 라디오 DJ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가 오랜 시간 방송 활동을 멈추자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의 아쉬움도 커져 있었다. 그 긴 기다림이 끝나고, 21년 만에 자신이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알린 주인공은 가수 겸 배우 이본이다.

이본이 오랜만에 라디오 DJ로 돌아왔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는 KBS 2라디오 ‘이본의 라라랜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그리웠던 방송 현장에서 이본은 특유의 미소로 복귀 소감을 전했다.

복귀작으로 라디오 DJ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본은 “어느 순간 제 시간을 꽤 오래 가졌다. 엄마가 길게 암 투병하셔서 (대중과) 생각보다 오래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엄마가 의지를 갖고 일어나주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라디오로 복귀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복귀가 결정되자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됐다”며 “만나야 할 시간이 돼서 만난 건가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래서 더 설레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프로그램 제목 ‘이본의 라라랜드’를 직접 제작진에게 제안한 이본은 시그널과 로고송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나른한 오후 4시에 함께하는 2시간이 마법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기를 바랐다”며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20여 년 전과 달라진 라디오 시스템에 대해서는 “제가 ‘볼륨을 높여요’를 시작하고 6년부턴가 ‘보이는 라디오’가 있었다. 워낙에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걸 즐거워하고 레드 불빛을 보면 희열을 느끼는 스타일이어서, 그때도 지금도 그거 때문에 할 걸 못 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본은 마지막으로 “‘라라랜드’가 ‘볼륨을 높여요’ 만큼 장수하길 바란다. 몸 상태가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을 때까지 하고 싶다. ‘라라랜드’에 뿌리를 내려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1972년생으로 만 53세인 이본은 1993년 SBS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1995년부터 2004년까지 KBS 쿨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1대 DJ로 활약하며 ‘까만콩’, ‘뽀니 언니’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가 라디오 DJ로 복귀한 것은 21년 만이다.

‘이본의 라라랜드’는 노래 한 곡이 마치 마법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특정한 시공간으로 데려가는 것처럼, DJ 이본과 함께 나누는 좋은 음악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오후의 나른함을 날려버리는 마법 같은 시간을 꾸미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KBS 2라디오에서 방송된다.

라디오를 통해 목소리로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방송이 아닌 패션쇼 런웨이였다.

지난 9월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패션쇼에서 이본은 한 브랜드의 뮤즈 모델로 발탁돼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1990년대 패션계를 이끌었던 이본은, 20여 년 만의 런웨이에서도 변함없는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아한 자태와 절제된 카리스마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박정상 디자이너는 “이본은 단순한 모델을 넘어 한국 패션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참여는 이번 컬렉션이 지향하는 ‘나이를 초월한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와 런웨이, 서로 다른 두 무대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한 이본은 긴 공백을 지나 자신이 사랑하던 무대 위에서 다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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