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K팝 업계에서 한때 필연처럼 여겨졌던 이른바 '7년차 징크스'가 흐려지고 있다.
데뷔 후 7년이 되는 계약 만료 시점은 그룹의 해체 또는 멤버 탈퇴가 집중되는 고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고비를 넘고 재계약 및 활동 연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나며 K팝 그룹의 장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다수 그룹이 7년차를 지나며 완전체를 유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이돌의 생존 기간이 길어진 가장 큰 동력은 변화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계약 구조와 수익 분배 방식에 있다. 특히 장기 활동에 따른 아티스트의 협상력 상승은 재계약 시 개인 활동 보장 등 우대 조건 확보로 이어져 그룹 존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뉴스핌을 통해 "재계약 시점에서는 기획사가 그룹 활동에 대한 미래 가치를 인정하고, 멤버 개개인에게 솔로 앨범 제작 지원, 개인 레이블 설립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장기적인 동행을 유도하고 있다"며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이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는 10년 이상 활동하는 팀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약은 단순히 그룹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넘어 서고 있다. 멤버들은 그룹 활동 외에도 솔로 활동, 연기, 예능 등 개인 활동 보장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며, 기획사들은 이를 수용하며 그룹의 존속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이돌의 장기 생존에는 팬덤의 가치 변화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거 팬덤이 그룹의 '완전체'만을 고집했다면, 현재의 팬덤은 완전체 활동에 대한 지지와 함께 멤버 개별 활동의 성과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또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팬덤이 단순히 '완전체 활동만 원한다'는 인식은 오래전에 깨졌다. 요즘 팬들은 멤버 솔로·유닛·연기·예능 활동을 모두 응원하고, 다시 모였을 때 큰 시너지로 돌아오는 걸 더 가치 있게 본다"며 "이런 구조가 재계약을 자연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데뷔 7년 차를 넘긴 그룹의 경우, 연륜에서 나오는 '팀워크'와 '친밀한 케미스트리' 자체가 강력한 콘텐츠가 된다. 팬들은 이를 '재계약 서사'로 인식하며, 그룹이 함께 가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적극적으로 서포트한다. 이러한 팬덤의 강력한 지지는 기획사가 그룹 활동의 수명을 늘리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기획사들 역시 '장기 브랜드'로서 아이돌 그룹을 운영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기획사들은 이제 '재계약 불발'을 단순히 멤버의 이탈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 자산의 손실'로 인식한다. 따라서 그룹의 존속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멤버별 활동 보장 및 수익 분배 구조 개선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소속사나 레이블에 소속돼 개인 활동을 펼치면서도, 특정 기간에는 그룹 활동을 위해 다시 뭉치는 유연한 운영 방식은 장수 그룹의 핵심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팬덤 규모가 커질수록 그룹을 유지하는 편이 회사와 멤버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기획사 관계자는 A씨는 "이제 K팝 그룹은 앨범을 내는 아이돌을 넘어선 하나의 '글로벌 IP'다. 7년마다 해체하는 것보다 10년, 15년 동안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기획사 수익에도 훨씬 유리해 재계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장기 투자 전략"이라고 했다.
재계약을 통해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고, 멤버 개인 활동을 존중하는 방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K팝 그룹은 과거보다 훨씬 긴 수명과 확장된 활동 영역을 확보해가고 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