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무장폭동” 김은구 대표 강사로 초빙
“한강 소설은 다 역사왜곡” 김규나 소설가도 포함
자총 “강사 성향은 공식 입장 아냐” 해명

행정안전부 소관 안보단체로 매년 수십 억원의 예산지원을 받는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이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 인사들을 ‘헌법지킴이 강사’로 섭외해 논란이 일고있다. 강사진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장폭동으로 표현하거나 소설가 한강을 “역사왜곡 작가”라고 폄훼한 인사들도 포함됐다.
1일 자총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8월5일까지 ‘2030 헌법지킴이 지도자 양성 특별과정’을 진행한다. 대한민국의 건국부터 발전과정,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방법 등을 9주간 교육한다.
문제는 섭외된 강사들이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부정하는 등 발언을 해온 극우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승만의 네이션빌딩’을 주제로 강의하는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지난 4월7일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더불어민주당의 회유와 협박에 의한 결과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당시 그는 “(헌재결정이 충격적이다고 해서) 무장 폭동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5·18도 무장 폭동으로 정권을 잡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무장폭동으로 폄훼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월9일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선한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헌재의 결정이 절차적 정당성이 없었으며,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에 굴복한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주도하는 트루스포럼은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후 “2018년 이라크 총선에서 한국산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의 핵심으로 지목됐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하이브리드 전쟁 중’이라는 주제강연을 하는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지난 2월14일 보수 매체 ‘펜앤마이크’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 친중정권을 세우기 위해 사회 세력을 규합해 탄핵국면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강 소설은 죄다 역사 왜곡’이라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폄훼한 김규나 소설가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주제로 강의한다.
김 작가는 지난 4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승만 대통령에게 3선 출마해달라고 전국 각지에서 호소 궐기 대회를 하던, 대한민국이 제정신이던 때가 있었다”라고 썼다. 이 전 대통령은 독재 체제 구축을 위해 여러 차례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등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다가 결국 하야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 숨어든 반헌법적 요소’를 강의하는 이용우 한남대학교 교수는 보수 단체 중심의 ‘학교 유해도서 퇴출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로 행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총은 올해 국가와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약 47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합하면 1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총 관계자는 “헌법지킴이 프로그램은 특정 정파나 개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닌 순수 교육·홍보 활동이다”면서 “강사의 과거 발언 등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지적된 내용은 연맹의 공식 입장이나 방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