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블랙웰 탑재하는
전력관리 부품 성능 미달
대체재로 르네사스 부각
TSMC 등 밸류체인 줄하락
20일 엔비디아 IR이 관건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말 대량 공급하려던 신형 AI 반도체 플랫폼 '블랙웰'이 부품 문제로 생산 차질 가능성이 부각되자 미국과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혼란에 빠졌다.
블랙웰에 전력 관리 부품을 납품하는 미국 모놀리식파워시스템스 제품의 성능 미달 탓에 엔비디아가 교체에 나서야 하며 이로 인해 공급망이 한 차례 생산 지연을 겪을 수 있다는 미국 리서치 업체 지적이 나온 영향이다.
12일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간판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모두 전날 대비 3.5% 넘게 하락했다. 대만 증시에서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3.23% 하락했다. 미·중 반도체 갈등 리스크에 더해 엔비디아의 차기 AI용 반도체 플랫폼인 블랙웰의 생산 차질 위험이 부각된 탓이다.
반면 이날 도쿄 증시에서는 일본 반도체 연합 기업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주가가 전날보다 8.2% 뛰는 등 매수세가 집중됐다.
아시아 증시에서 르네사스 주가가 나 홀로 고공행진한 것은 전날 미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기반 전력 관리 부품 생산 기업인 모놀리식 제품의 성능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반사효과로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미국 에지워터리서치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AI 칩 플랫폼 상에서 모놀리식이 납품하는 전압 조절 모듈·전력 관리 집적회로가 성능 문제 때문에 공급망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서 "반도체 업계가 일회성 악재로 인식한다면 이는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모놀리식 주가는 전날보다 14.97% 급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9% 하락했다. 모놀리식은 엔비디아에 그래픽저장장치(GPU)용 메모리 칩을 공급하는 마이크론과 더불어 미국 반도체 기업 중 블랙웰 출시 관련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에지워터 측은 "모놀리식 측의 주요 사업인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부문 실적이 상당한 하방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인피니온테크놀로지는 아직 호퍼 공급업체 자격을 얻지 못한 상태여서 단기적으로는 블랙웰 공급망에서 르네사스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퍼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엔비디아의 AI용 GPU 반도체인 H100의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다.
엔비디아는 올해 4분기에 호퍼 기반 GPU에 들어갈 부품 15%를 르네사스에 맡겼는데, 이번 모놀리식 제품에 성능 문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르네사스 비중을 50%로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오는 20일 뉴욕 증시 마감 후 엔비디아가 발표할 2025회계연도 3분기(올해 8~10월) 실적 발표에서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내놓을 언급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