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농촌 고령자의 ‘일중독’은 단순한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안전, 나아가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중대한 사회문제다. 고령의 농민이 무리하게 노동을 지속하다가 건강을 해치거나 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따라서 이 문제는 농촌 복지 차원에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사안이다. 필자는 앞선 글에서 농촌 고령자의 일중독 문제를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치유농업’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뒤따른다. 첫째, 농촌 고령자의 일중독이라는 구체적 문제에 최적화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둘째, 이를 전문적으로 이끌 수 있는 ‘특화된 치유농업사’가 존재하는가?이다.
우리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증상에 따라 내과, 외과, 신경과 등으로 나뉜 전문의를 찾아간다. 치유농업도 마찬가지로 그 대상과 증상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에 특화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특히 일 중독처럼 농촌 사회에 특화된 증상에 대해서는 이를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치유농업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치유농업사의 양성과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일중독 치유와 같은 특정 대상과 증상에 특화된 치유농업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치유농업사들이 포괄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갖춘 경우는 드물다. 이는 치유농업의 효과성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치유농업사를 양성하고, 그들이 현장에 투입된다면 치유농업의 실효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특화된 치유농업사는 지역 단위에서는 수요가 적어 보일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보면 수요는 상당하다. 전문화된 치유농업사는 교육, 연구,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치유농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새로 진입하는 치유농업사의 경우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선택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가 있다. 기존의 일반화된 교육체계에서 벗어나 특정 증상이나 대상자군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현장에서의 차별화는 물론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치유농업의 질적 향상을 이끄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치유농업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 단순히 활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설정하고 이를 심화시켜야 한다. 일 중독 치유는 그러한 특화 분야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그 필요성과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치유농업의 성장은 바로 이러한 ‘전문화’를 기반으로 할 때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치유농업사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전문화된 지식과 프로그램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해야 할 시점이다. 일 중독 치유에 특화된 치유농업사가 전국 각지에서 활약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는 농촌 고령자의 건강한 삶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농촌 고령자 일 중독, 복지의 시선으로 풀어야.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7.23.)
최연우. 2025. 일중독 농촌 고령자의 온열질환과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