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화 동안 일만 한 ‘변서황’ 주인공, 외전에선 쉴 수 있겠죠”

2025-07-21

끝이 닫힌 기성 소설과 달리 정기 연재되는 웹소설은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인다. 매화 독자들은 댓글을 남긴다. 그 반응의 좋고나쁨에 따라 작품의 길이가 정해지기도 한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판타지 소설 <변경백 서자는 황제였다>(<변서황>)가 본편만 1000화, 누적 조회 수 1억4000만 회에 달한다는 것은 그 인기를 말해준다.

2021년 11월 시작해 지난 3월까지, 장장 3년 4개월의 연재를 마친 기준석 작가는 7월부터 외전 연재를 재개했다. 지난 16일 화상인터뷰로 만난 기준석(필명) 작가는 “사랑받았기에 (외전도) 가능했다. 쓰는 건 저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건 독자님들”이라고 외전을 시작하는 소회를 밝혔다.

<변서황>은 조카에게 죽임을 당한 바리엘 제국의 황제 이안이 100년 전 멸문한 변경백(변경구 행정을 담당한 사령관)의 애물단지 서자로 빙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로맨스판타지가 인기인 웹소설계에서 <변서황>은 독특하게도 로맨스 없는 정통 서양 판타지물이다. 소설은 황제였던 것이 이해될 정도로 냉철하고 현명한 이안이 세력을 키워 정적을 물리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안을 제발 쉬게 해달라’는 간청이 쇄도할 정도로 1000화 동안 가문·부족 간의 정치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작가도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이 만드는 복잡한 역학관계는 <변서황>이 사랑받은 이유기도 하다. 기준석 작가는 “외전에서는 이안이 드디어 쉬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주·조연들의 후일담도 풀어낼 예정”이라고 했다.

기준석 작가는 20살,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동화를 전공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서양 판타지 등 책 읽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소설을 써본 건 대학 때가 처음이었어요.”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도 대학에서다. 기준석 작가는 “요즘 시대에 글 쓰는 사람이 ‘정통 소설가’만 있는 게 아니란 걸 교수님들이 알려주셨다”고 했다.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더 장르에 흥미가 생겼다.

<변서황>이 그의 첫 작품은 아니다. 그는 2019년 ‘배뿌’라는 필명으로 데뷔해 4편의 현대 판타지 완결작을 낸 바 있다. ‘기준석’이라는 필명은 서양 판타지에 도전하며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전 필명으로 된 게시물에 한 독자님이 ‘왜 안 돌아오시냐’ 댓글을 다신 적이 있다”며 “감사한 마음에 기준석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답글을 달았는데 그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더라”고 했다.

7년차 웹소설 작가인 그에게도 1000화가 넘는 장기 연재는 처음이었다. 한 회당 약 5500자의 분량을 한때는 주 7일 연재했다. 소위 말하는 ‘비축분’을 쌓아두기보다 마감에 맞춰 실시간으로 글을 쓰는 편이기에, 지난 3년을 <변서황>의 세계관 속에서 살았다시피 했다. 기준석 작가는 “하루 중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며 “산책하고, 글 쓰고, 밥 먹고 잠자는 것의 반복”이라고 일상을 설명했다.

그는 <변서황> 완결을 내며 작가로서의 성장을 느낀다고 했다. 2019년 첫 작품 때 20화쯤에서 글이 너무 안 나와서 밤을 새우던 때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고 했다. “긴 호흡을 가져가면서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배웠습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캐릭터가 무엇인지도 더 알 것 같고요.”

“모든 댓글을 읽어본다”는 기준석 작가는 독자와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웹소설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대중적인 시장이라 수익적인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했다. <변서황>은 지난해 2월 누적 총 매출 1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카카오페이지가 선정하는 ‘밀리언페이지’(100만 명 이상 감상했거나 100만 달러 이상 기록) 작품에 올랐다.

요즘 그는 웹소설 작가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엔 웹소설을 모르는 분도 많았다”며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드라마를 보며 시장이 참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웹소설이 ‘가볍거나 질이 떨어지는 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더라. 웹소설 중에도 울림을 주는 좋은 작품이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올해 외전 작업을 마치면 2026년에는 신작을 준비할 예정이다. 기준석 작가는 <변서황>과는 다른 세계관의 정통 판타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변서황>이 자신에게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써도 좋다’고 말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면서 “남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번 외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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