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독립조사위 설치" 청원 올린 男…中, 반역혐의 체포

2025-11-30

중국 정부가 29일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에 정부의 책임 규명을 요구한 남성을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홍콩과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과 같은 대규모 반중(反中)시위가 재연되지 않도록 재난을 빌미로 혼란을 조장하려는 반중 세력을 엄벌하겠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 국가안보처)는 이날 마일즈콴이라는 남성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을 홍콩 타이포구의 웡푹 코트(宏福苑) 화재를 우려하는 그룹을 결성한 혐의로 연행했다고 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화재로 피해를 본 주민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독립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이익 사슬을 철저하게 파헤칠 것 ▶공사를 감독하는 관리제도를 마련할 것 ▶감독 소홀을 추궁해 정부 관리를 문책할 것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고의 선동 혐의로 체포됐으며 해당 단체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참여 링크는 차단됐다고 SCMP는 전했다.

이날 홍콩 국가안보공서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여론을 거스르고 이재민의 슬픔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를 계기로 이어진 대규모 반중 시위를 다시 언급하며 “이들이 사회 분열과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행정장관과 홍콩정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며 “‘국민청원’이라는 명목으로 대립을 조장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옛 수법을 반복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또 “그들의 사악한 의도와 비열한 행위는 반드시 도덕적 비난과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엄벌을 경고했다.

당국은 정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책임 조사 여부에 리자차오 행정장관은 즉답을 피하며 소방 및 구조 활동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경고에도 3억1560만 홍콩달러(약 596억원)에 이르는 보수공사를 둘러싼 부패 의혹은 불거지고 있다. 비용 과다 등 주민 불만에도 아파트 단지의 고문을 맡았던 여성 구의원이 수주를 밀어줬다는 관측이 SNS 등에서 퍼졌다.

오는 7일 예정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도 연기 없이 강행할 태세다. 친중 성향의 홍콩 대공보는 30일 재난구호와 선거는 충돌하지 않는다며 투표는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현지 정치인의 입장을 전했다. 다만 대만 연합보의 홍콩 특파원은 지난 28일 “풀뿌리 유권자를 대표하는 웡푹 코트 화재가 선거를 통해 자칫하면 정치적 파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에는 건물이 준공된 지 70년 이상 지난 노후 건물이 1100채, 30년 이상 60년 건물이 2만7000여 채일 정도로 노령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건물은 홍콩의 악명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재건축과 리노베이션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홍콩의 중국 회귀 30년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후 건축물이 중국과 홍콩 당국의 정치적 폭탄으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발생한 홍콩 고층 아파트 단지 화재 참사 사망자는 30일 오후 5시(현지시간) 현재 146명으로 늘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가 130여명에 달한다. 시신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베이징=이도성·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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