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NYSE: LLY)가 개발 중인 비만 치료 경구용 알약이 주사형 비만 치료제에서 전환한 환자들의 체중 감량 효과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후기 임상시험 결과, 자사 주사형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노보노디스크의 경쟁 약물 '위고비(Wegovy)'를 사용하던 환자들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대부분의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와 함께 해당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FDA는 지난해 11월 이 약물에 우선심사권(priority review voucher)을 부여한 바 있어, 심사 기간이 수개월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임상 결과는 주 1회 주사 치료를 장기간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유지 치료(maintenance therapy)' 대안으로 경구용 치료제가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주사형 GLP-1 치료제를 중단할 경우 상당수 환자가 감량한 체중을 다시 늘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체중 감량 효과 자체는 기존 주사제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주사 바늘이 필요 없는 유지 치료제로서의 역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노보노디스크 역시 비만 치료용 경구제 출시를 준비 중인 만큼, 향후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3상 임상에는 앞선 후기 임상에서 72주간 위고비 또는 젭바운드를 투여받았던 비만 환자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후 52주 동안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약물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연구 결과, 위고비에서 경구제로 전환한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감량 체중 중 약 2파운드(약 0.9kg)만 다시 증가했으며, 젭바운드에서 전환한 환자들은 평균 약 11파운드(약 5kg)가 늘었다. 이에 따라 위고비 전환군은 감량 체중의 약 95%, 젭바운드 전환군은 약 80%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네스 커스터 일라이릴리 심혈관·대사 부문 사장은 "비만은 만성적이고 진행성 질환으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이번 연구는 환자들이 어렵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 경구제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위고비에서 전환한 환자군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츠는 앞서 "일라이릴리가 노보노디스크의 핵심 제품인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리링크파트너스는 해당 약물이 2026년 20억 달러, 2027년 90억 달러, 2028년에는 1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글로벌 체중 감량 치료제 시장 규모를 950억 달러로 예상하며, 이 가운데 경구제가 약 24%(220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일라이릴리의 점유율은 약 60%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