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상용화와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인프라의 조속한 구축이 필요하다.
C-ITS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교통 상황을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다. 차량·사물통신(V2X)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간, 차량과 도로·신호기, 차량과 보행자 간 양방향 통신이 이뤄진다.
V2X 기반 C-ITS 인프라는 도로 위 모든 요소를 연결해 자율주행차가 보다 안전하게 주변을 인지하고 대응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도로 위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V2X 기술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공공 안전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 교통당국에 따르면 차량 대 차량 통신(V2V)만으로도 교통사고를 13% 줄여 연간 60만건 이상의 사고를 줄일 수 있으며, V2X 전체를 활용하면 음주 여부와 관계없는 운전자 사고의 최대 80%까지 예방 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세종-대전 C-ITS 시범사업에서도 사고 건수가 19%, 사망자 19.1%, 부상자는 19.8% 감소하는 등 명확한 안전 향상 효과를 보였다. 이는 C-ITS 인프라가 운전자나 자율주행차의 센서가 감지하기 어려운 곡선 도로 너머, 장애물 뒤편, 교차로 사각지대 등 비가시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시내버스 2000대에 V2X 단말기를 설치해 운전자에게 보행자 접근, 어린이보호구역, 돌발상황 정보를 경고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제주도는 V2X 단말기 3000대를 렌터카에 탑재해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C-ITS 인프라 투자는 단순한 교통 안전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V2X는 자율주행차가 주변 차량 및 도로와 소통하며 정밀한 주행 판단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레벨4 이상의 고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평가된다.
이미 미국은 2021년 셀룰러 V2X(C-V2X)를 채택하고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시작했으며, 중국은 국가 주도로 대규모 C-V2X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축적을 진행하며 이 분야 세계 선두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한국이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완성차에 V2X 단말기 장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비효율적이며, 보급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인프라가 없으면 제조사는 기술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소비자는 체감 효과 없는 기능에 비용 지불을 꺼려 시장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량의 수명 주기를 고려할 때, 신차에 V2X 단말을 전량 탑재해도 대다수 차량에 보급되기까지는 15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반면, 공공 주도의 C-ITS 인프라 투자는 초기 수요를 창출해 제조사들이 V2X 기능을 채택하도록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또 도로 인프라가 제공하는 신호등 정보 연계 자율주행, 긴급차량 우선권, 도로상 위험물 탐지 등은 차량만으로는 구현 불가능한 서비스다.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통해 단일 통신 표준을 확립하고, 시내버스·택시·화물차 등 상용차에 우선적으로 단말기를 보급하는 전략은 초기부터 효과를 창출하고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C-ITS 인프라 조기 투자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고 교통 혼잡을 완화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이는 곧 '사람을 살리고 미래를 여는 도로'를 만드는 국가적 과제로, C-ITS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한 특별법 제정, 시범사업 확대, 민관 합동 투자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최광주 한국ITS학회 V2X 통신위원장·아이티텔레콤 대표 choikj@it-tele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