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추이가 쉽게 바뀌지 않고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는 가까운 미래에 닥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멀지 않은 장래에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문제, 위기에 직면한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문제 등 산적된 과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바로 피부에 와 닿고 관심 높은 과제가 고령자들의 돌봄·요양·의료 과제가 아닌가 싶다. 저출산과 초고령화 문제에 대한 사회 인식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들어 인구고령화 추세가 한층 더 가시화되고 있어서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의 진입 시점이 2025년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초고령사회를 뒷받침할 사회보장 시스템이 얼마나 지속가능성을 갖느냐의 문제이다. 향후 10년 내 국민건강보험 고갈은 명약관화하게 예상되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만약 가격상승이나 보장성 수준은 현재와 같다고 한다면 65세 이상 인구 증가만을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노인 진료비 비중이 전체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의 6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의 영향은 의료비뿐만 아니라 돌봄과 요양비용의 지속가능성 문제도 동반될 것이다. 고령자 돌봄과 요양의 국가 책임이 강조되면서 노인요양보험이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그 적립금은 2026년에 고갈될 것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장 대상자가 확대되고 서비스의 내용을 충실히 해 나가다 보면 실질 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고령자 돌봄·요양·의료를 위한 복지 지출 증가는 고령자 증가보다 더 빠른 추세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양 보험의 적립금 고갈 이후에는 막대한 재원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의 기본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2004년 1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된 바 있다. 이 법에 의해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하였고 현재는 제4차까지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발표된 바 있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보완판(2006~2010년)부터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까지 나와 있다.
그 가운데 제4차 기본계획에는 고령자 돌봄 등과 관련하여 시·군·구 지역사회 통합적 돌봄 체계 정비,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요양 기능 조정 및 적정 이용 유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서 지역사회 통합돌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재가중심 장기요양서비스를 확충하면서 가족 돌봄 내실화를 추진하고, 요양병원 상한제를 개선하고 요양병원의 기능 강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고령자의 건강 문제는 반드시 의료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아프면 돌봄·요양과 비의료적 건강관리가 필요하기도 하고, 거동이 어려워 병원마저도 쉽게 가지 못하는 지역과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의 건강과 돌봄의 수요는 다양해지고 사회경제 변화에 의해 복잡해지지만 과거의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국가와 개인은 적잖은 사회 비용을 감내하고 있다. 따라서 초고령사회가 더욱 진전되기 전에 신속한 이해조정과 비용 효율화 대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적인 과제의 해결은 고령자 건강의 통합 관리를 위한 ʻ유연한 시스템 구축ʼ일 것이다.
물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은 '고령화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잠재되어 있는 제반 과제 해결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거법'이다. 즉 '노인요양보험법, 노인복지법, 국민건강법 등 관련된 제반 법률을 포함해 연동시키는 기능을 지니고 법제 면에서 고령사회 대책의 플랫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법률의 제정 당시 그 근거에서도 세계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고령화의 진전 속도에 비해 국민의 의식이나 사회 시스템의 대응은 뒤떨어지고 있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돌봄·요양·의료의 수급 불균형 해소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때이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는 여러 갈래로 나뉠 것이나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향후 예상되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생에 걸쳐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고령사회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돌봄, 요양, 의료, 고용, 사회참가, 주거환경 등에 관련된 사회 시스템이 고령사회에 적합하게 되도록 부단히 수정되고 적절한 것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및 지자체는 물론 기업, 지역사회, 가정 및 개인까지도 상호 협력해 나가면서 각각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겠다. 즉,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내용은 초고령사회 대책의 종합적인 추진 면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까지 충분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목소리를 부정할 수 없지는 않을까 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