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RE100'(재생에너지 100%) 트렌드에 발맞춰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면서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전 국토에 걸쳐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각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지닌 이들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단에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공유한 에너지 정책의 청사진과 맞물려 LS전선과 대한전선, 효성중공업 등이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 중 친환경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 'RE100'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친환경'이라는 전세계적 추세를 고려해 에너지 생산·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궁극적으로는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조력하겠다는 복안이다. 그 일환으로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2040년까지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례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총 620km 길이의 해저 송전망을 매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신해남부터 태안·서인천을 연결하는 430km 구간과 새만금에서 영흥으로 이어지는 190km 구간으로 나뉘며, 총 사업비만 11조원에 이른다. 당초 한국전력은 2036년을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준공 시기를 6년 앞당기기로 했다.
업계에선 해당 사업이 본격화하면 일차적으로 전선 업계가 호재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내륙 주요 산업지대까지 옮기는 데 없어선 안 될 요소가 바로 전력용 케이블이기 때문이다.
LS전선의 경우 최근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 경험도 풍부해 실질적인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송전 용량의 525kV급 초고압직류(HVDC) 케이블을 상용화하고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사업에 공급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여기에 LS는 그룹 차원에서 케이블 매설 전용 포설선을 보유한 게 강점으로 지목된다. LS마린솔루션의 통신케이블 포설선 '세계로'와 다목적 매설선 '미래로', 해저 전력 케이블 포설선'GL2030' 등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이들은 대형 포설선(CLV) 건조를 위한 투자를 결정하는 한편, 기존 선박의 적재용량을 늘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대응 태세 구축에 한창이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충남 당진에 HVDC 공장을 설립 중이며, 작년 7월엔 6200톤급 포설선 '팔로스'를 띄우며 전력을 보강했다. 동시에 1만톤 이상급 CLV를 확보하는 방안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변압기 시장의 강자 효성중공업도 기대를 모으는 기업 중 하나다. 전력 생산에서 송전·분배까지 이르는 과정에는 초고압 전력 설비가 필수적인데, 그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처럼 출력이 불규칙한 전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정밀한 전력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효성중공업은 765kV 초고압 변압기 설계·생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다수의 초고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올해도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전력기술 시장에서 수백억원대 수주고를 올리며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조현준 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국내외 생산 체계를 공고히하는 데 신경을 쏟았다. 그 일환으로 작년 6월엔 경남 창원과 멤피스 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크게 끌어올리기 위한 1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창원 공장은 증설을 마친 뒤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멤피스 공장의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인 만큼 관련 기업 모두에 두루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고 로드맵을 짜느냐가 관건이지만,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이들 기업의 수익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