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서울 남구로역 앞. 새벽 4시부터 건설 현장 일자리를 구하려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좁은 길가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일용직 근로자들을 각지 현장으로 태우고 갈 승합차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대다수가 꼬박 세 시간을 추위에 떨다 귀가했다. 60대 일용직 근로자 백 모 씨는 “1주일 내내 나왔지만 저번 주 하루만 일감을 찾는 데 성공했다”며 “IMF 외환위기 때만큼 경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건설업 불황의 한파가 인력 피라미드의 최하단에서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 직업소개소(인력 사무소) 폐업은 1764건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 건수는 2019년 이후부터 2023년까지 줄곧 1600건 선에서 형성되다 지난해 건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급증했다.
전국 최대 규모로 손꼽혔던 ‘구로 인력 시장’에서조차 일용직 근로자들이 빈손으로 돌아가고 이들을 알선할 유료 직업소개소도 줄줄이 문을 닫는 형국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인력사무소 사장은 “50년째 근로자들을 실어 건설 현장으로 보내고 있지만 지금이 제일 힘들다”면서 “지난 1년 새 매출이 90% 줄어들어 자릿세도 못 낼 정도”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용직 시장의 몰락이 결국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붕괴되는 신호라고 경고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건설 고용시장은 경기 침체의 여파가 원청에서 하청으로 반복 전가되며 충격이 커지는 구조”라며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일용직의 경우 임금체불을 비롯해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