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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채널코퍼레이션 일본지사 대표 인터뷰
대규모 CS 데이터 누적…정확도 높은 응대 가능
고객사 데이터는 물론 응대 사례로도 매일 AI 학습 고도화
문의 해결돼야 AI 과금 이뤄져
일본은 가깝고도 먼 시장이다. 오랜 기간 공들여야 시장이 열린다. 현지 고객사와 신뢰의 관계를 맺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상당수 기업들이 그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철수를 택한다.
기업용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대표 최시원)은 일본에서 끈덕지게 살아남아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지 상황이 궁금해 일본 도쿄 지사를 방문했더니 예상치 못한 ‘인공지능(AI) 예찬론’을 꺼내 들었다.
최재용 채널코퍼레이션 일본지사 대표<사진>는 얼마 전 도쿄 현지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채널톡은 AI 전후로 상담 사례가 나뉜다”고 힘줘 말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채널톡이 일본에서 자리 잡은 이유로 접객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오모테나시’ 문화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손님을 응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채널톡의 강점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패션 업계 중심으로 현지에서 호응을 얻었고, 아다스트리아와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등 유력 브랜드를 포함해 2만개 고객사를 보유 중이다. 작년에만 일본 고객사를 전년 대비 4000개 이상 늘렸다. 올해 1월, 글로벌 기준 고객사 수는 약 18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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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일본의 상위 20개 정도의 패션 브랜드들 중에서 70%가 채널톡을 쓰고 있다”며 “CS(고객만족)와 리텐션(재방문)을 높이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 AI가 너무 잘 되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아다스트리아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패션 회사입니다. 이곳의 CS 직원이 40명이었습니다. 하루 문의가 1500개씩 오는데, 지금 40명이 하던 일을 20명이 하고 있죠. AI가 20명분 일을 하는 건데요. 이게 바이럴(입소문)이 돼 AI 도입 응대가 늘고 있습니다.
아다스트리아가 일본에서 이노베이터(혁신가) 느낌의 회사이거든요. 여러 AI를 테스트해봤고, 진짜 되는 AI로 (채널톡을) 처음 찾은 거죠. 이 사례를 통해 다른 업체에도 채널톡 도입 제안을 드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할루시네이션(환각)을 방지하기 위해 RAG(검색증강생성, 외부 데이터를 추가 참조해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기능을 UI로 개발해서 제공합니다. 고객사는 저희를 거치지 않고 가지고 있는 문서나 콘텐츠를 AI 학습에 반영할 수도 있고요. 콘텐츠를 간단히 업로드하는 기능이 있다 보니 매일매일 업데이트가 되는 거죠. AI가 응대를 못하면 사람이 하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응대한 내용을 AI가 또 학습하고요. 3개월 정도 하니까 AI만으로 완료되는 상담율이 80%까지 올라갔습니다.
최 대표는 영국 화장품 브랜드 ‘폴앤조’도 언급했다. AI 도입 전후 반응이 크게 달라진 사례다.
폴앤조도 채널톡으로 고객 응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피부가 건조한데 어떤 화장품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등의 응대인데요. 이걸 AI로 한번 해보자 했을 때 ‘누가 AI에 물어보겠나 사람한테 응대를 받고 싶지’라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AI를 도입해 봤더니 문의량이 3배나 크게 늘었습니다.
사람은 주중 8시간 일하지만, AI는 주말에도 24시간 일을 할 수 있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요. 특히 일본의 경우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AI에겐 그런 고민이 필요 없었죠. 젊은 사람들일수록 AI를 많이 사용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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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톡의 인기 이유를 재차 물었더니 “얼마나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AI 정확도를 정할 수 있는데, 저희가 CS 응대 데이터는 가장 많이 가졌다”며 답했다.
‘회사에 반품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나요’라든지 친구나 가족과 대화한 게 아닌 기업과 고객 간의 응대 데이터를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이 채널톡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챗GPT에 얹었고 응대가 정교할 수밖에 없었죠. 타 AI 회사에선 일본 대기업의 데이터를 구매해서 학습시키는 것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이 밖에도 상담 시나리오를 레고처럼 조립하고 다양한 액션을 구성할 수 있는 점, 고객 정보 기반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보내고, A/B 테스트와 지표 측정이 가능한 점, 음성과 영상으로도 소통 가능한 점, 고객 메신저와 팀 메신저가 결합돼 업무 효율화가 가능한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AI 에이전트 과금 구조에 대해) 일반적인 AI 모델은 API를 리퀘스트하면서 왔다갔다할 때마다 과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고객 문의가 해결이 되면 과금을 하는 구조입니다. 고객이 만족했거나 사람에게 연결하지 않고 응대가 완료됐을 때 과금이 이뤄져, 고객 응대 해결이 안 되고 손해가 많지 않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자신감 있게 세일즈도 하고요.
최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연간반복매출(ARR)은 50억원선이다.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세를 끌어올리기까지 고객사들과 신뢰의 관계를 쌓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 결실을 맺는 기간으로 보고, 일본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했다.
후발주자 조언 관련) 일본은 같은 비용을 투입했을 때 한국 대비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낮출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대신 신뢰 관계가 한번 쌓이면 웬만한 비용 차이에도 원래 쓰던 것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에 등록된 법인 수가 500만개라고 합니다. 한국처럼 자영업이 많은 게 아닌 중소기업이 상당히 많은 시장입니다. B2B SaaS(기업용 서비스형소프트웨어)로서는 굉장히 큰 시장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미국 스타트업도 다 일본에 진출합니다.
일본은 시장 침투에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많이들 합니다. 한국에서는 1,2년이면 금방 반응이 나오니까 일본에서도 그런 기대치로 왔다가 철수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큰 시장인 건 맞지만, 쉬운 시장이냐 하면 그렇지 않죠. 창업한다는 각오로 오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올해 목표) 채널코퍼레이션은 일본에서 두 배 가까운 채널톡의 성장을 만들어 보자는 목표가 있습니다. 채널톡을 잘 팔기 위한 세일즈 팀을 세팅하려고 합니다. AI로 CS하는 영역에서는 우리가 라인 메신저 정도의 위치로 가야겠다, 그러면 앞으로 1,2년이 중요하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