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정벌의 영웅, 장수군이 기억해야 할 이종무 장군 ①

2025-09-16

 조선 태종 18년(1418) 봄, 허기와 혼란에 시달리던 대마도에서는 왜구의 토벌로 이름 높았던 소 사다시게(宗貞茂)가 사망하고 어린 아들 사다모리(宗貞盛)가 그 뒤를 이었다. 가뭄과 흉년에 지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대규모 왜구 선단을 조직했고, 1419년 5월 충청도 비인현으로 쳐들어와 조선의 국경을 짓밟았다. 이 소식을 들은 태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마도를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그 지휘관으로 선택된 이는 다름 아닌 전라도 장수현 통산군(通山君) 이종무(李從茂)였다.

본래 이종무의 가문은 고려 충선왕 대(1309~1313)에 문하시중 평장사(門下侍中平章事)에 올랐던 이임간(李林幹)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임간은 장천부원군(長川府院君)에 봉해지며 장수현을 본관으로 삼았고, 2세 원만(元萬), 3세 길상(吉祥), 4세 을진(乙珍)을 거쳐 5세가 된 이종무는 가문 대대로 이어진 무관 전통 위에서 성장했다.

1360년, 공민왕 9년에 태어난 이종무의 조부 이길상(李吉祥)은 군기시윤을 역임했고, 아버지 이을진(李乙珍)은 충주단양도병마사·전라도도순문사·강릉도원수 등을 두루 거치며 왜구 토벌에 헌신한 무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활쏘기와 기마술에 능했던 이종무는 아버지의 호위를 자처하며 왜구와의 전투 현장을 누볐다. 1381년(우왕 7), 강원도에서 왜구를 격퇴한 공으로 정용호군(精勇護軍)에 임명되며 사서에 이름을 올린 그는 고려 말 내우외환의 와중에서도 무장으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고려 왕조가 붕괴로 치달을 무렵, 그의 아버지 이을진은 1388년 위화도회군에 참여했다가 김저(金佇)의 옥사에 연루되어 유배되었고, 조선 건국 후에도 복위 운동 혐의로 다시 유배와 곤장을 겪어야 했다. 이 시기 이종무는 비록 집안의 정치적 낙인이 그를 뒤따랐으나, 무장으로서의 역량과 명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다.

1397년(태조 6) 옹진만호(甕津萬戶)로 임명된 그는, 왜구가 옹진성을 포위하자 직접 진성으로 달려가 적을 격퇴하고 도시를 지켰다. 이 전공으로 첨절제사(僉節制使)로, 이어 상장군(上將軍)으로 승진한 이종무는 조선 왕조의 새로운 군사 체계 속에서도 무인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1400년(정종 2) 제2차 왕자의 난이 발발했을 때, 이종무는 훗날 태종이 될 이방원(李芳遠)의 측근으로서 전투마다 큰 공을 세웠다. 왕의 난이 끝난 직후인 1401년 그는 익대좌명공신(翊戴佐命功臣) 4등으로 책록되고 통원군(通原君)에 봉해졌다. 이후 의주병마사(義州兵馬使), 남양수원등처조전절제사(南陽水原等處助戰節制使), 안주도도병마사(安州道都兵馬使), 동북면도안무사(東北面都安撫使) 겸 병마도절제사(兵馬都節制使) 등 주요 무관직을 두루 역임하며 태종의 신임을 굳혔다.

군사 활동뿐 아니라 외교와 정치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이종무는 1412년(태종 12) 명나라 새해 하례 사절을 이끄는 정조사(正朝使) 정사(正使)로 파견되고, 1417년에는 의정부참찬(議政府參贊)의 직책을 받았다. 1418년 태종의 명을 받아 양녕대군을 폐위하고 충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는 종묘 행사에도 참석해 국가의 중대사를 직접 수행했다.

그렇게 왕실의 중견 무장·정치가로 인정받던 이종무에게 대마도 정벌은 하나의 전환점이자 절정이었다. 1419년 5월, 비인현 왜구 침탈 소식이 전해지자 조정은 즉각 대응책을 논의했다. 다수 신료는 왜구가 대마도로 귀환한 뒤 일망타진을 주장했지만, 조말생(趙末生)은 “빈틈이 있을 때 과감히 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조언을 받아들인 태종은 대마도 정벌을 결심하고, 만 60세의 이종무를 삼군도체찰사(三軍都體察使)에 임명해 원정군 총지휘를 맡겼다.

원정군은 중군(中軍), 좌군(左軍), 우군(右軍)으로 편성되었다. 이종무가 지휘하는 중군에는 우박(禹博), 이숙묘(李叔畝), 황상(黃象)이 중군절제사로, 좌군은 유습(柳濕)·박초(朴礎)·박실(朴實), 우군은 이지실(李之實)·김을화(金乙和)·이순몽(李順蒙)이 각각 도절제사·절제사 직책을 맡았다. 227척의 선단에 17,285명 병력이 집결했고, 65일치 군량을 준비해 6월 17일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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