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 진출을 추진했다. 2005년 인도 동부 오디샤주 정부와 제철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포스코는 관련 사업을 '오디샤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120억 달러(당시 약 12조6000억 원)를 투자해 연산 1200만 톤의 일관 제철소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오디샤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이어졌다. 인도 중앙정부 역시 주정부가 약속한 철광석 채굴권 허가를 내주지 않으며 사업을 미뤘다. 결국 프로젝트는 10여년간 표류하다 포스코가 2017년 오디샤주 정부로부터 인수했던 공장부지 223만㎡(약 68만 평)을 반납하면서 완전 무산됐다.
포스코는 5년 뒤인 2022년 인도 제철소 건설을 재추진했다. 이번엔 인도 최대 물류·에너지 기업인 아다니그룹과 함께 인도 서북부 구자라트주 지역에 짓기로 MOU를 맺었다. 하지만 아다니 그룹이 그룹 총수까지 연루된 정경유착 및 뇌물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은 다시 공중에 뜨게 됐다. 올해 초 미국 사법당국까지 미 투자자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관련 수사에 나서자 계획을 백지화할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이같은 연이은 실패에도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인도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인도는 203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 6.7%가 전망되는 세계 최대 성장 시장이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손을 잡은 JSW 그룹은 인도 전역에서 철강,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인도 대표 기업이다. 그룹 최대 사업회사인 JSW스틸은 4개의 일관제철소를 운영 중인 인도 제1의 철강사다. 포스코 관계자는 "JSW는 인도 오디샤 지역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환경평가 및 정부 인허가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인도 또한 과거보다 외국기업 투자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있어 사업 성공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그룹도 급이 달라졌다. 지난 10여년간 인도 현지에서 인도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포스코는 현재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180만 톤 규모의 냉연·도금 공장과 델리∙첸나이주 등에 5개 철강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제철소까지 포함해 인도 철강 시장에 완전히 터를 잡으며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3곳에 해외 일관 제철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 인도에 추진하는 제철소는 연산 500만 톤 규모로 인도네시아에서 운영 중인 제철소(연산 300만 톤)보다 규모가 크다.
JSW 그룹과의 사업 협력은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발표한 7대 미래혁신 과제 중 ‘철강경쟁력 재건’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도와 북미 등 고성장·고수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발빠르게 협의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번 MOU 이후 최고경영층 수준의 정기 교류회를 신설해 사업진행 현황을 지속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2차전지소재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JSW그룹과 함께 공동투자와 기술개발 등 사업 협력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는 합작 일관제철소의 자가 공급용 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으로 양사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이미 합의한 상황이다. 인도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이 우수한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장 회장은 “경제 블록화를 극복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투자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