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공품·간편식·소포장’ 쌀소비 ‘핵심 키워드’

2024-10-21

쌀 소비량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쌀 생산량 감축은 더디게 진행되며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신 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효과적인 쌀 소비 촉진방안을 제안하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71.2㎏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4㎏으로 약 21% 줄었다. 하지만 생산량 감축이 소비량 감소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쌀 과잉생산량은 누계 1210만t에 달한다. 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경우 쌀값 하락으로 이어져 농가소득에 큰 타격을 주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농협중앙회는 쌀 소비 촉진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쌀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내고, 주요 키워드와 연관 검색어를 중심으로 최신 쌀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가장 눈에 띄는 소비 트렌드는 식품에서 건강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한 포털에서 검색된 쌀과 쌀밥 관련 키워드를 종합한 결과 ‘현미’ ‘칼로리’ ‘탄수화물’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탄수화물 식품인 쌀이 체중이나 혈당 증가를 유발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식은 소비자들이 현미·잡곡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영양소와 마찬가지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한다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우리 뇌에서 유일하게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탄수화물인 만큼 적정량의 섭취는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식문화 변화에 따른 가공식품 확산=서구적 식습관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배달 음식 문화가 널리 확산되며 쌀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졌다.

같은 포털에서 쌀 관련 식품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쌀과자·쌀피자와 같은 가공식품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3일 기준 ‘쌀’ 태그가 포함된 게시물 가운데 쌀 가공식품인 쌀국수와 관련된 게시글이 123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쌀베이킹(39만9000건)·쌀케이크(26만4000건)가 그 뒤를 이었다. 쌀밥(8만7000건) 관련 게시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쌀 가공식품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실제로 사업체가 소비하는 쌀의 양도 점점 늘고 있다. 2011년 65만t이었던 사업체 쌀 소비량은 지난해 81만t까지 늘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밥’=밥을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지면서 간편식품인 즉석밥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가정간편식 판매량 중 즉석밥을 포함한 밥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였다. 이후 13%대에서 머무르던 가정간편식 중 밥류 판매 비중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1년 17.8%로 급성장한 뒤 지난해에는 22.0%까지 오르며 성장세를 보였다.

1인당 쌀 소비량 감소에도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즉석밥과 같은 밥류 간편식의 매출은 2020년 약 480억원에서 지난해 530억원으로 늘기도 했다.

◆입맛의 고급화, 소포장 중심 쌀 구매=쌀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 프리미엄 쌀을 찾는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농협 하나로마트의 미곡류 매출액은 약 5500억원으로 2020년보다 17% 감소했지만, ‘향미’와 같은 프리미엄 쌀의 매출액은 오히려 상승했다. 2020년 20억7900만원이었던 ‘향미’ 매출액은 지난해 58억6700만원으로 182% 늘었다.

소포장 쌀 구매 비중도 늘었다. 2020년 하나로마트 20㎏·10㎏·4㎏ 단위 미곡류 매출건수 중 20㎏·10㎏ 단위의 중·대용량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93.3%로, 4㎏ 단위 소포장 쌀의 비중은 6.7%에 불과했다. 하지만 쌀 수요가 줄면서 대용량 쌀의 판매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소포장 쌀은 타격을 작게 받으며 지난해 4㎏ 단위 쌀 수요 판매건수 비중은 8.6%까지 올랐다.

◆쌀 소비 트렌드 따른 맞춤형 제품·서비스 제공해야=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농협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먼저 쌀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쌀이 지닌 긍정적인 효능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협은 ‘아침밥 먹기 캠페인’ 등을 통해 쌀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사업 확대도 제언됐다. 특히 최근 부드러운 식감과 간편한 소포장 쌀과자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등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쌀 간편식을 개발할 땐 맛과 품질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농경연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간편식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 원료의 품질(35.2%)과 맛(32.4%)을 꼽았다. 보고서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맛과 품질을 갖춘 우리쌀을 이용해 간편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쌀 판매 시 농협의 프리미엄 쌀을 적극 홍보하고 소포장 상품을 확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장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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