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척결 기조에 따라 미국 당국이 입국 신청자의 휴대전화와 SNS 계정을 뒤지는 등 이민자와 관광객이 크게 강화된 입국심사를 받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 과학자는 최근 휴대전화 메시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정책에 대해 동료들과 '개인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또한 레바논 국적의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휴대전화에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던 고(故)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을 갖고 있다가 공항에서 추방됐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브라운대학은 유학생과 교직원에게 해외여행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자기기 수색이 여행자의 권리 침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미국 행정부는 적법한 권한에 따른 직무 수행이라는 입장이다.
미 국토교통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테러 및 범죄 활동을 식별하고 대처하기 위해 전자기기 수색이 필요하다며 "국경을 통과하는 전자기기를 합법적으로 검사하는 권한은 디지털화가 가속하는 세계에서 미국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입국 심사관들은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입국 신청자들의 비자를 더 깐깐하게 살피고 있으며, 심사 과정에서 구금이 결정되는 사례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캐나다인 배우 재스민 무니는 미국에 입국하려다 돌연 구금돼 열흘 넘게 이민자 수용소에 머물러야 했다. 그는 통상 캐나다인에게 허용되는 절차대로 입국장에서 새로운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고 했으나, 그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그는 두 곳의 수용소로 옮겨지면서도 구금 이유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변호사 선임이 허용된 끝에 12일 만에 풀려났다.
무니는 "나는 캐나다 여권에 변호사, 언론의 관심, 친구, 가족, 심지어 나를 옹호하는 정치인까지 있었다"며 "나보다 불리한 여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미국 입국) 제도가 어떻게 작용할지 상상해보라"면서 분노했다.
삼엄해진 미국의 입국심사에 각국 정부들은 자국 여행자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영국 외무부는 홈페이지에 "미국 당국은 입국에 관한 규칙을 엄격하게 정하고 시행한다"면서 "당신이 규칙을 어길시 체포되거나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독일도 미국 여행에 관한 권고 메시지에서 비자나 입국 면제를 받았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