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089860)이 추진중인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들의 성토가 커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롯데그룹,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여전히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다. 롯데와 어피니티가 링 위에 오르지 않는 전략을 택하면서 이번 행동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VIP자산운용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9일 투자업계에서는 롯데렌탈 유상증자와 관련해 대주주 측과 소수주주 측의 다툼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①롯데렌탈 저가 유증에 VIP운용 등 크게 반발
롯데는 지난해부터 크게 번진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로 곤욕을 치렀다. 급기야 그룹의 상징과도 같던 잠실 롯데타워를 은행에 담보로 맡겼다. 수십 년 동안 기업과 부동산을 인수하는 데에만 관심이 많았던 롯데는 지난해 알짜 자회사 롯데렌탈 매각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호텔롯데가 보유중인 롯데렌탈 지분 56.2%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주당 7만 7115원에 매각하면서 총 1조 5729억 원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시가 대비 2.6배 프리미엄을 적용 받으면서 롯데의 매각 협상에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렌탈은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주당 2만 9180원에 유증을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대주주는 현금을 두둑하게 챙기게 됐지만 남은 주주들에게는 지분 희석이라는 ‘폭탄’을 투하한 격이 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약 4% 지분을 보유한 VIP자산운용은 “유증 강행시 개정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를 위반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증은 경영권 매각과 연계된 패키지딜로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어피니티 측의 평단가를 낮춰주기 위한 매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VIP운용은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은 물론 롯데렌탈 이사회에도 정식 항의 서한을 보내며 롯데를 계속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역시 지분 1.4%를 규합해 비판 대열에 합류하면서 롯데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 강해지는 모양새다.

②3자 유증 방식, 법적 하자 전혀 없어
VIP운용의 거센 항의에도 롯데는 아직까지 시장에 공식 해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태가 시장과 언론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가 유증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 온 정치권과도 물밑에서 접촉하며 그룹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이해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는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해 나가려는 상황에서 렌탈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롯데렌탈이 그룹에서 분리되면 신용 보강 혜택이 사라져 회사채 추가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 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채 추가 조달 보다는 유증의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롯데렌탈 유증은 관련 법규상 전혀 하자가 없는데도 시장에서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롯데의 솔직한 속내다. 실제 이번 롯데렌탈 유증은 현행법상 적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추가 공시도 필요 없어 실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도 제도상 하자가 없는 이번 거래에 대해 적극적인 제동을 걸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주주들이 향후 소송을 통해 위법성을 다퉈볼 여지가 남아 있지만, 위법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액주주에게 있어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③공정위 결과에 관심…어피니티, 시장 달랠 방안 낼까
다음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돼 온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도 시장 관심이 쏠린다. 앞서 어피니티가 업계 2위 SK렌터카까지 인수해 둔 상황이어서 롯데렌탈(1위)을 품는 게 독과점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지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이 심사가 잘 끝나야 어피니티의 지분 인수와 유증 작업도 기존 계획대로 모두 마무리된다.
다만 시장 관계자는 “공정위 입장에선 자신들의 판단이 마치 어느 한쪽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부담이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성토가 가라 앉는 상황을 봐 가며 결과 발표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사모펀드(PEF)와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롯데와 어피니티가 한발짝씩 양보하며 거래를 마무리 짓는게 낫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호텔롯데가 주당 매각가를 조금 낮춰 파는 대신 어피니티가 유증 가격을 일부 높여 시장을 달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텔롯데가 주당 매각가를 10~20% 낮추고 어피니티는 유증 가격을 더 높이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해외 증시에서는 롯데렌탈 딜 처럼 대주주와 소액주주에 차별 대우를 하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서는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번 딜을 강행하면 그룹과 펀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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