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텐센트뮤직)가 하이브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주식 전량(9.66%)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지난 27일 알려지자 가요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은 일본, 미국과 함께 K팝 음반시장의 3대 큰 손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파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얼어붙은 중국 현지 진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와 함께, K팝 시장이 중국 자본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텐센트뮤직은 하이브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면 최대주주인 카카오·카카오엔터(41.50%)에 이어 SM엔터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는 자회사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4.30%)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4.61%) 등 K팝 주요 기획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K팝 명가’ SM엔터 주식을 10%에 가까운 지분율로 사들이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텐센트뮤직이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을 두고 K팝 시장을 교두보 삼아 글로벌 문화시장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K팝이 전 세계에서 막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 자본의 가요계 투자나 한·중 합작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예컨대 중국 대표 엔터사 위에화(베이징위에화왠위문화전파유한회사)는 2014년 한국 법인인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설립했으며, 이미 텐센트뮤직은 하이브와 큐브엔터테인먼트 등과 정식 음원 유통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획사들은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손을 잡으면 이들의 대규모 유통망을 활용해 현지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K팝 아티스트들이 각종 행사를 통해 현지 팬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한한령 이후 중국 공연 시장이 막힌 상태에서 현지 음반·음원 매출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 내 K팝 아티스트 팝업스토어의 지역 확장, 팬들과 접촉하는 다양한 행사·이벤트·전시회가 다수 개최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텐센트가 카카오뿐만 아니라 SM엔터에도 투자를 진행한 만큼 향후 중국향 사업 기회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한한령 완화를 기대한다. 현재 K팝 가수들은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개최하기 어려워 홍콩, 마카오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앞서 보이그룹 이펙스(EPEX)는 한한령 이후 9년 만에 중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공연을 약 3주 앞두고 돌연 연기되기도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다 보면 한한령 완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업계에서 세를 확장한 중국 자본이 이득만 취한 뒤 빠져나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발했던 중국의 문화 투자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순간 빠져나간 기억이 가요계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일각에선 텐센트뮤직이 SM엔터가 추구하는 음악에 영향을 미치고, 종국적으론 중국 음악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K팝을 잠식하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다만 SM엔터의 1대 주주는 여전히 카카오그룹인 만큼 ‘중국 자본 잠식 리스크’는 우려만큼 크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텐센트뮤직은 실사구시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며 “한국이 중국보다 아이돌을 잘 만들어내는 걸 텐센트뮤직 스스로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내 아이돌 산업을 키우는 데 SM엔터의 역량을 이용하거나 자사 플랫폼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