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소백산 청정의 맛 ‘영주 한우’

2024-11-29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한우는 언제나 특별한 음식이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한우는 여전히 명절 선물의 상징이자, 중요한 날을 위한 고급 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부터 귀하게 여겨진 만큼, 한우는 단순한 고기를 넘어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품고 있는 특별한 식재료다.

우리나라에서 소고기를 즐긴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하루에 잡히는 소가 1000마리에 달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영조시대 《승정원일기》에는 한 해 38~39만 마리의 소가 도축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만큼 소고기는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한우의 소비는 급격히 줄었고, 사육 수마저 감소했다. 명절이나 제사 같은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음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후 1980년대부터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이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한우는 점점 멀어진 음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식재료고,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한우는 120여 부위로 세분화하여 먹을 만큼 단순한 고기를 넘어 우리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최근 들어 한우는 다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K-문화의 열풍 속에서 한국에 관해 관심이 커지며, 한우 역시 ‘전 세계 최고의 고기’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USA 투데이가 한우를 ‘세계 최고의 고기’로 선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자리 잡은 한우는 이제 명실상부한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국적으로 지역 특색을 담은 다양한 한우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백산 청정 자연 속에서 자란 영주 한우는 단연 돋보인다. 영주 한우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불포화지방산이 높아 최상급 고기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우수한 품종 개량과 특수 사료,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더해져 그 품질은 최고라 할 수 있다. 영주에는 50년 넘는 숯불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만큼 한우는 영주 먹거리 가운데 으뜸이다. 특히 영주 한우를 취급하는 식당은 품질이 보증된 한우를 제공받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도 맛 또한 보장한다.

영주를 대표하는 노포 맛집 중앙식육식당은 갈빗살과 안창살 단출한 메뉴로 수십 년간 현지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편, 직접 요리를 위해 근고기를 구매하려는 현지인들에게는 승혜 축산이 인기가 높다. 단체 모임에 적합한 넓은 주차장과 다양한 방을 갖춘 영주 한우관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갈빗살과 안창살 뿐만 아니라 풍기 인삼을 곁들인 보약같은 갈비탕과 불고기 등 다양한 한우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영주는 소백산의 맑은 자연을 품은 도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과 천년고찰 부석사, 그리고 무섬마을까지, 영주는 선비의 정신과 전통이 공존하는 곳이다. 풍기 인삼과 인견, 그리고 영주 한우로 이어지는 특산물은 영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곳을 여행하며 영주 한우를 맛보지 않는 것은 마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숯불바베큐를 맛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주 한우는 단순한 고기가 아니라, 이 지역만의 특별한 맛과 전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의 청정 자연과 함께하는 영주 한우, 이곳에서 자연과 역사를 느끼며 한우의 깊은 맛을 경험하는 것은 영주 여행의 완벽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둘러볼 만한 곳>

◆ 소수서원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1543년 주세붕이 안향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설립했다. 1550년 사액(국가로부터 이름을 하사 받음)을 받아 공인된 서원이 되었으며, 조선 시대 성리학 교육과 선비 정신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주변에는 맑은 계곡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조선 시대 유학의 정신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명소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부석사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국 불교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절이다. 부석사라는 이름은 창건 당시 의상대사를 도운 선묘 낭자의 전설에서 유래했으며, ‘떠 있는 돌’이라는 뜻을 가졌다. 국보인 무량수전과 석등, 극락전 등 뛰어난 건축물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과 불자들이 찾는 명소다. 부석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 무섬마을

무섬마을은 전통 한옥마을로, 약 600년의 역사를 가진 고택들이 잘 보존된 곳이다. 마을 이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내성천과 서천이 감싸흐르는 독특한 지형이 특징이다. 조선 후기 양반 문화를 보여주는 고택과 전통 가옥, 그리고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 전통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내성천을 건너는 외나무다리가 복원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블로그 | 지구별 여행자 운영자

•스튜디오팝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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