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임포자, 2030 승포자…그들은 왜 ‘만년OO’ 택했나

2024-10-21

올해 대기업 임금단체협상에 ‘승진 거부권’이 다시 등장했다. 시작은 8년 전이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2016년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조합원 자격이 없어지고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다”며 승진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해 HD현대중공업 노조도 같은 요구를 했다. 그때 무산됐던 승진거부권이 올해 다시 HD현대중공업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 사측은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요구라며 난감해 한다.

그런데 8년 사이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여느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이젠 승진을 거부할 권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만년 차장’ ‘만년 부장’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가늘고 길게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한 대기업의 40대 직장인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신발 밑창에 딱 붙어서 승진자를 찾을 때도, 희망퇴직자를 찾을 때도 눈에 띄지 않고 싶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4050세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2030대인 Z세대도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승진 회피 및 지연)’을 한다. 다만 4050세대의 임원 포기 이유와는 좀 차이가 있었다.

임원 포기나 보직 기피는 시대적 흐름일까, 경영의 실패일까. 더컴퍼니에서 임포자·승포자(임원·승진 포기자)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1. “부장 월급으로 정년까지” 가늘고 길게

▶‘만년 부장’은 루저? 그건 옛말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A씨(54)는 ‘부장급 사원’이다. 비슷한 연배의 임원도 많지만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A씨는 “임원을 안 달면 60세 정년까지 월급이 보장된다”며 “임원이 되면 책임져야 할 게 많아져 부담스럽고, 이 나이에 상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도 피곤해서 싫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에선 ‘만년 차장’ ‘만년 부장’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임원 승진에 실패한 루저라는 건 옛말, 후배가 임원을 달고 상사가 되면 굴욕적으로 여기고 퇴사하는 풍경도 모두 옛날 일이다. 오히려 자기 의지로 임원되기를 거부하는 임포자, 승진을 포기하는 승포자들이 늘고 있다. ‘임원은 임시직원’이라는 말처럼 매년 재계약 여부에 마음을 졸이느니, 낮은 곳에서 정년까지 조용히 다니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최근 대기업 임원 연령이 낮아지면서 40대 팀장급이 되면 임원 승진 가능성이 대략 결정된다. 에너지업계 대기업에서 현재 팀장(차장급)을 맡은 B씨(45)는 ‘가늘고 길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게 꿈이다. 그는 “40대 팀장이면 임원 후보군이 될 수 있는데, 요즘 팀장 중엔 임원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60%, 정년까지 다니고 싶은 사람이 40% 정도”라며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애들의 대학 진학·취직·결혼까지 생각하면 60세 이후에도 돈을 벌어야 해 최대한 오래 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제공하는 자녀 대학 등록금, 종합건강검진 지원 등 직원 복지도 정년 채우기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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