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그리워하는 세대도 사라진다

2025-12-02

오랜만에 인사동 거리를 걸었다. 선배들과의 송년 저녁은 인사동 밥집이 인기다. 우리 세대는 주로 신촌이나 홍대입구를 들락거렸지만 윗세대들은 인사동이 활동무대였다. 간만에 찾은 인사동, ‘귀천’과 ‘부산집’은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시인 기형도의 단골이었다는 ‘평화만들기’ ‘시인’ 등등 그 옛날 공간들은 흔적도 없다. 그래도 연말, 거리는 제법 붐빈다.

안국동 쪽으로 가는데 낯익은 선율이 들린다. ‘섬집아기’다. 놀랍게도 외국인 바이올리니스트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로 시작되는 만인의 명곡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얘기했다. 요즘 이 노래를 듣는 MZ 세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고 한다. 어린 아기를 혼자 두고 나간 엄마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로 고발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모두가 적잖이 신기해한다. 놀랄만한 세대차다.

또 있다. ‘고향의 봄’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안다. 특히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은 절로 그림이 그려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노래를 흥얼거리면 가슴 밑바닥부터 뭉클해져 온다. 가끔은 눈시울이 젖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만주·연해주 등을 떠돌던 동포들이 두고 온 고향을 그리는 심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노래는 해외에서도 단연 인기다. 유학 시절, 교포들의 행사에 가면 예외 없이 마지막에 합창으로 부르던 노래가 바로 ‘고향의 봄’이었다.

그러나 국민동요쯤으로 인정받던 ‘고향의 봄’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음악 교과서에서도 삭제되었다고 한다. 지금 세대에게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에게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 놀이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섬집아기’를 부르고 ‘고향의 봄’을 그리워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정든 고향도, 그 고향을 못 잊는 세대도 사라지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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