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처리 끝나지 않은 대한제국 유리구슬 발이 전시장에 나온 이유

2025-12-02

끈에 조그마한 유리구슬을 여럿 꿰어 만든 발인 ‘옥렴’과 ‘옥주렴’. 대한제국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두 유물은 듬성듬성 빈 곳을 드러낸 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둘 다 보존처리가 끝나지 않아 전시장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3일부터 개막하는 개관 20주년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은 훼손된 유물을 보존처리하는 ‘박물관 뒤’에서의 과정을 전시 공간으로 옮겨 놓았다. 보존처리 중인 유물이 전시장에 나타난 것은 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이며, 일반적인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보존처리 과정에서의 고민을 보는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보존처리 중인 유리구슬 발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파란색과 흰색 구슬이 꿰어진 옥주렴은 구슬이 꿰어진 마섬유 끈이 손상됐다. 원래 유물에 쓰였던 것과 같은 마섬유 끈으로 교체할지, 강도가 높은 합성섬유 끈을 쓸지를 선택해야 한다. 붉은색과 청녹색 구슬을 번갈아 꿰어 ‘희’(囍)자를 표현한 옥렴은 견섬유 끈을 그대로 둔 채 끈이 남은 만큼만 구슬을 꿸지, 끈을 교체한 뒤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구슬이 꿰어진 방식이 복잡하므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경우 기존 부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이런 고민은 이가 빠진 듯한 두 발의 전시 설명에 나란히 적혀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존처리할 수 있는 유물의 범위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다른 기술을 더해 보존처리 과정을 다층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보존처리가 끝난 대한제국 시기 추정 유물 ‘색회꽃무늬항아리’를 투명 디스플레이 안에 전시하고, 보존처리 이전의 모습을 디스플레이에 띄워 비교할 수 있게 했다. 2023년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X선 투과조사 등을 통해 제작연대와 기법을 확인했는데, 전시장에서 확대해 공개하는 무늬를 보면 작은 무늬를 표현하는 데도 여러 색이 정교하게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3년 박물관이 불에 반쯤 탔던 ‘태조어진’을 복원하는 과정도 전시장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돼 있다. 박물관이 소장 중인 태조어진은 경운궁 선원전에 봉안됐다가 한국전쟁 도중 부산에서 불에 타 훼손됐다. 그러나 전북 전주 경기전에서 소장 중인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 ‘조선태조어진’과, 1910년대 다른 태조어진을 촬영한 유리원판을 활용해 박물관이 소장 중인 태조어진의 훼손된 부분이 어떻게 채워졌을지를 알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4개의 화면을 띄워, 서로 다른 4점의 태조 어진이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워 하나의 어진으로 복원되는 과정을 표현해냈다. 디지털 복원본을 모사한 그림은 이전에 공개됐으나, 복원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전시는 내년 2월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도 지난 10월28일 개관한 보존과학센터 전시실에서 특별전 ‘보존과학, 새로운 시작 함께하는 미래’를 열고 있다. 박물관의 보존과학 역사와 최신 보존과학 기술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유물들이 어떤 기술로, 어떤 과정을 통해 되살아나는지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와 함께 비교하면서 관람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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