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이 나오자마자 샀는데, 친구로부터 또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데니스 존슨의 책을 기다려온 소수의 독자가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오랫동안 단편 하나만 소개되었을 뿐인데,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잊을 수 없는 작가였다. 춤추는 듯한 시제와 느닷없이 솟구치는 아름다움…. 그의 첫 단편집인 『예수의 아들』은 미국에서도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는데, 아마도 이 짧은 이야기들이 뿜어내는 독특한 광택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20대 내내 마약과 술에 중독되어 살았다. 그래서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삶이 부러진 사람들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은 ‘여차저차해서 그들은 파멸하였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끝장난 다음에도 인생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망가지고 무감각해진 영혼에도 우연이 빚어내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을 시적인 언어로 포착한 이 소설집은 그래서 실존주의적이다.

중독자를 다루는 문체가 논리정연한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소설의 형식은 듬성듬성 뜨다 만 니트 스웨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불친절하다. 코가 빠지고 어느 부분은 텅 비어 있으며 기묘한 무늬를 새겨 넣었다. 예를 들어 ‘히치하이킹 도중에 일어난 사고’라는 단편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세 번의 히치하이킹 도중 주인공이 자동차사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거듭 읽어도 벌어진 일을 제대로 추출해내기 어렵다. 사실과 환각이 뒤엉키고 과거와 미래를 분별하기 어려워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다 읽고 나면 뭔가를 ‘전달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경이로움은 이것이다. 어떻게 ‘사실’을 다 알 수 없는데도 ‘진실’을 전달받은 느낌이 드는 걸까?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최종 진실은 언제나 감정에 관한 것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마약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절망에 빠진 순간은 무수히 많았으니까. 그래서 이 꼴통과 어처구니와 불한당의 이야기에 건드려지고 마는 것이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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