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우려’ 레바논 떠나려고 ‘발 동동’…항공편 대부분 취소돼

2024-09-26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로 전면전 위기가 커지면서 여러 나라가 레바논 내 자국 국민에게 탈출을 권고했으나 항공편이 대부분 취소되는 등 막상 떠날 방도가 없어 시민들은 초조해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레바논 내 자국민에 “지금 당장 떠나라”고 권고했지만 다수의 영국인이 떠날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유일한 민간 공항인 베이루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 항공편은 전날 대부분 취소됐다. 에미레이트항공,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대형 항공사가 베이루트 운항을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중동항공을 비롯해 이라크항공, 이란항공이 운항 중인데, 중동항공은 다음 주까지 예약이 꽉 찼다.

영국 런던에 사는 영국 국적의 칼레드(74)씨 부부는 가족을 만나러 레바논을 방문했다가 발이 묶였다면서 “항공권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베이루트에서 거주해온 영국인 클로이(24)씨는 “이번주 항공편은 이미 꽉 찼고 예약 페이지는 먹통”이라며 “오늘 아침 출국 예정이던 친구들도 항공편 취소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BBC는 레바논에 남은 영국인과 가족이 4000∼6000명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으며 가디언은 그 수를 약 1만명으로 추산했다.

레바논에서 출국할 방법을 찾지 못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리샤니(57)씨는 “영국 정부 대응이 너무 적고 늦다”며 “떠나라고만 하는데 어떻게 떠나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는 여전히 출국을 망설이고 있다. 드론과 항공 음속음이 이어지는 상황이 불안해 비행을 포기하거나 가족을 두고 떠나기 꺼리는 사람도 있다. 레바논에서 7년간 거주한 영국인 애나씨는 남편이 영국 비자가 없는 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사람들이 공포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이사벨라씨는 베이루트 공항에 가는 것마저 겁난다며 육로로 레바논 북부에 간 뒤 튀르키예행 배를 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필요시 영국민에 대한 추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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