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같이가치”…EU·우크라 대사, 한목소리로 ‘국제 연대’ 강조 [인터뷰]

2025-05-08

“평화는 당연한 게 아닙니다. 노력과 안보 없인 환상일 뿐입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는 9일 ‘유럽의 날’을 맞아 이렇게 말했다. 유럽의 날은 1950년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슈만 선언’을 기념하는 날로, EU의 출발점이다. 올해 유럽의 날은 “평화와 안보를 위한 동반자”라는 주제 아래,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평화와 안보를 지켜가는 공동의 책임을 강조한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EU대표부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화를 기념하는 날”이라며 “하지만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유럽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관세 갈등 속에서 EU의 외교 전략뿐만 아니라 국제 연대, 특히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엔 디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도 함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어떤 협력이 가능한가.

EU와 한국은 정책 ‘경쟁력 나침반’을 통해 기술, 방위산업, 사이버보안, AI, 반도체 등 다방면에서 협력 중이다. 지난해 한국과 안보·국방 파트너십을 맺은 후, 국방 협력 강화를 제안해왔다. 오는 6월 EU 정상회의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EU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은.

아세안(ASEAN), 미국, 인도 등과도 안보 대화, 해양 안보, 사이버 보안, 테러 대응, 허위정보 대응 등의 협력을 하고 있다. 유럽 함정이 아시아 항구를 방문하는 것도 국제 규범 수호 차원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다루고 있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EU의 목표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우리는 유엔과 양자 채널을 통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평양엔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외교 공관 일부가 다시 개관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정은은 대화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국과 EU는 지난 7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21차 공동위원회를 열고 글로벌 복합 위기 대응을 위한 디지털·혁신,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에 대한 정책 공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상반기 첫 안보방위대화도 개최될 예정이다.

3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두 대사의 입장은.

(EU대사) 전쟁은 유럽의 안보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안보에 더 투자해야 하고,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 안보는 곧 유럽 안보다. EU는 143억 유로(22조 6858억원) 이상 지원했고, 군사·정치·경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 대사) 전쟁은 진정한 친구와 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보여줬다. 우린 진정한 평화협상에 열려 있다. 러시아가 하루짜리 ‘선전용’ 휴전이 아닌 30~90일 실질적 휴전에 응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 파병 사실을 1년 넘게 부인해왔지만 결국 인정했다. 이는 두 나라가 신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중국도 비공식 개입 중인데, 자국민 참전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또 광물협정 체결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관계가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자국 이익을 지키고자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달한다고 생각하며, 평화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국제경제도 혼란이다. EU의 입장은.

관세는 소비자와 기업에 해롭다. 미국과는 0% 관세 등 상호 이익을 위한 협상 중이며, 동시에 보복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관세에 맞물려 유럽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EU의 두 번째 교역국이지만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 공정한 경쟁과 과잉 생산 문제는 7월 EU-중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다.

두 대사는 인터뷰 말미에도 ‘함께하는 가치’에 입을 모았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유럽과 한국은 유엔 가치, 민주주의, 인권, 공정 무역, 연대 등을 공유한다. 한국은 신뢰의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양국의 관계를 한국어로 “가취”라고 표현하며 “‘같이’는 함께를 뜻하면서도 ‘가치(價値)’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전쟁 전엔 한국이 멀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최근 1년간 관계가 매우 긍정적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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