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받는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30)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스미노는 도쿄대 공대 출신으로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비전공자 최초로 준결승에 진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생상, 스크랴빈, 스트라빈스키, 번스타인, 거슈윈 등을 연주한다.
스미노는 27일 e메일 인터뷰에서 “지금 제가 가진 음악적 관심과 방향성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서 “특히 리듬감이 강하고 장르의 경계가 유연한 20세기 이후 작품들을 중심에 두었다”라고 설명했다. 작곡을 병행하고 있는 스미노는 지난 두 차례 내한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자작곡을 연주한다. “자작곡 ‘New Birth’는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포함했는데, 한국 관객분들이 이 곡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다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 주요 클래식 콩쿠르를 석권했으나 클래식 이외에 영화음악, 게임 음악, 재즈, 팝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를 해왔다. 이 같은 자유분방한 시도가 펼쳐지는 그의 유튜브 채널 ‘Cateen(카틴)’은 현재 149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스미노는 “세계적으로 클래식 음악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스트리밍과 소셜미디어의 발전 덕분에 음악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시키는 데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그것이 제 목표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사명감처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 전국 투어 24회 공연이 전석 매진됐을 정도로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음악 축제가 주는 레너드 번스타인 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애플 뮤직 클래시컬 홍보 대사도 맡고 있다.
한국 공연은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한국은 저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곳”이라면서 “관객들이 매우 열정적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연령대가 비교적 낮아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전달해 준다”고 말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스미노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음악과 사운드 엔지니어링에도 관심이 많다. AI가 클래식 음악 작곡과 연주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AI는 작곡 과정을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이미 대중음악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고, 머지않아 클래식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럴수록 인간이 가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그리고 창작의 욕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악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색깔’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고, 앞으로는 오히려 그 가치를 더 크게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녹음된 음악의 영역은 점점 AI가 차지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라이브 공연의 가치와 경험은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