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免-인천공항 '강대강' 대치…7년 만에 철수 재연될까

2025-08-12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신라·신세계는 최악의 경우 철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임대료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하고 있다. 양 측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7년 만의 면세점 철수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인천공항공사는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진행 중인 임대료 감액 민사 조정을 미수용 한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인천지방법원 2차 조정 회의에도 불참할 방침이다.

양 측은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신라·신세계는 시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각각 DF1·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감액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경 민사 조정을 신청했지만 공항공사가 미수용 의사를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임대료 감액이 입찰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 취지와 공공성, 기업 경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공사 측은 “과다 투찰에 대한 경영 책임을 회피하고 공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본 사안의 본질”이라고 못 박았다.

신라·신세계 측 요구 사항인 40% 감액안은 지난 2023년 입찰에서 떨어진 롯데면세점 투찰가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당시 입찰에서 롯데는 여객 당 임대료로 DF1 사업권 6738원, DF2 사업권 7224원을 각각 제시했지만 4위에 그쳤다. 공사는 신라·신세계 감액안을 수용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 내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의 완강한 태도에 신라·신세계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다. 여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지속하면서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면세점 큰 손인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유입 감소, 개별관광객(FIT) 소비 패턴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대료 폭탄에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신라·신세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163억원, 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인천공항 4단계 확장구역 매장에 한해 한시적으로만 임대료 감면 조치를 적용 받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양 사가 부담한 임대료는 6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철수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대료로 인한 적자보다 위약금을 내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다. 철수할 경우 양 사가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은 각각 2000억원 안팎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롯데면세점은 과도한 임대료 부담에 약 1900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납부하고 공항에서 3개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양 측의 절충안을 법원을 통해 모색하자는 건데 공사 측에서는 조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공사 측이 제시한 법적인 책임도 법원에서 판단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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