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Time)지와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미국이 무리하게 제시한)그 조건에 제가 동의했다면, 내가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는 ‘가교 -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을 재부팅하고 도널드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 한다(The Bridge- Lee Jae-Myung is rebooting South Korea and courting Donald Trump)’란 제목이 달렸다.
이 대통령은 타임지 아시아판 커버스토리로 다뤄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하며 “그래서 내가 미국 협상팀에 상식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 대통령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수익 배분 방식과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곤혹스러운 요구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 돈 전부를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가”, “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누가 부담할 것인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 관세 협상 최종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이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인을 왜 하는 것이냐”며 “최대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해야 한다.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 당시 주한미군기지의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에 대해선 “트럼프가 농담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미국은 이미 그 기지들과 토지를 아무런 비용 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미국이 그 토지를 실제로 소유하게 된다면,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면세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농담도 더했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상당 시간을 북미 대화 재개 촉구에 할애한 것에 대해선 타임지는 “이재명은 아마도 무역과 투자 문제에서 트럼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북한 문제를 꺼냈을 것”이란 일본 홋카이도 대학 나오미 치 교수의 분석을 빌렸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를 북측과의 화해를 위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이 문제가 구체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진전에 대해선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협상을 통해 단계적 프로세스(핵 활동 중단→축소→최종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트럼프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를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이끌었고, 외부에서는 예측 불가능해 보여도 매우 성과 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또 “그는 패배자로 남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며,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며 “그러한 성향이 트럼프에게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가져다 준다”란 말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환경이 극적으로 변한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는 불가분의 관계로 간다. 강대국 경쟁의 시대에 한국이 ‘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오랜 역사적 관계, 긴밀한 경제적 연결, 그리고 활발한 인적 교류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도록 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두 개의 블록이 충돌하는 최전선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에 관해 묻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중국이 저를 초청하고 싶어 했던 것 같지만, 제가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 여파로 지지율이 하락했던 일도 언급했다. 타임지는 이 대통령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윤미향 전 의원을 사면한 것에 대해 “논란이 된 측근들에 대한 사면”이라고 언급한 뒤 이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7월 말 63%에서 8월 중순 51%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