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3국이 공동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농심배부터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LG배 사태로 갑자기 연기된 제1회 쏘팔코사놀 대회도 3월에 개최하기로 중국과 협의를 마쳤다. 또 농심배 최종 라운드가 열리는 동안 한중 바둑계가 LG배 사태와 관련한 공동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17일 제26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 라운드가 열리기 직전.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전날 중국위기협회(중국기원)와 협의한 내용을 공개했다. 농심배는 지난달 LG배 사태로 한중 바둑계가 갈등을 빚은 뒤 처음 열리는 세계대회다. 농심배가 열리는 중국 상하이에서 한중 바둑계는 다시 마주 앉았고, 오는 21일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공동 입장을 발표하기로 합의하는 등 양국 바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 합의했다.
"한중 양국의 기원은 사실 같은 입장이다. 한국기원도 한국 바둑 팬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중국기원도 중국 팬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두 기원 모두 잘못했다. 인정한다. 잘못된 부분은 시정하고 다음 대회를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한중 바둑계가 다시 손을 잡았다고 하지만, 농심배 현장은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이날 예정됐던 한중 합동 기자회견이 중국의 악화한 여론을 고려해 취소됐다. 중국 기자가 중요한 경기를 앞둔 한국 기사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양국 기원이 합동 기자회견 취소를 결정했다.
중국 바둑팬이 한국 선수들을 만날 기회도 원천 봉쇄됐다. 대회가 열리는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4층은 출입증이 없으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농심배 최종 라운드가 열렸을 땐 한국 신진서 9단의 사인을 받으려고 중국 바둑 팬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올해는 아예 팬과의 접촉을 차단한다. 그러나 신진서 9단은 "그래도 팬이 사인해달라고 하면 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쏘팔코사놀 대회의 정상 개최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 3월 개최는 합의했다지만, 중국 커제 9단의 출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원래 커제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쏘팔코사놀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LG배 결승전에서 반칙을 인정하지 않아 끝내 몰수패를 당했던 커제가 한국 대회에 바로 출전할지 현재로썬 알 수 없다. LG배 사태 이후 중국 바둑계는 중국바둑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 조치도 발표했었다. 이 사안은 중국 바둑계 내부 문제와 얽혀 있어 바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농심배는 한·중·일 세 나라가 국가 대항전으로 치르는 유일한 세계대회다. 각국에서 5명씩 출전해 마지막 1명이 남을 때까지 연승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금은 5억원. 우승국이 독식한다. 지난해 25회 대회에선 신진서가 막판 기적의 6연승을 거둬 한국의 역전 우승과 4연패를 이끌었다. 신진서는 현재 농심배에서 16연승 중이다. 이창호 9단의 14연승을 넘어선 최고 연승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올해도 한국은 불리한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한국은 신진서와 박정환 2명이 남은 가운데, 중국은 3명, 일본은 1명이 남은 상태였다. 17일 최종 라운드 1국 결과 3연승 중이던 중국 셰얼하오 9단이 일본 시바노 도라마루 9단에 205수 만에 백 불계패했다. 이에 따라 18일 출전하는 박정환의 상대는 시바노 도라마루로 정해졌다. 박정환이 상대 전적 7승 2패로 시바노 도라마루에 크게 앞선다지만, 2020년 이후는 2승2패로 팽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