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자 위협에 대비하자

2025-01-21

국내 최초로 127큐비트 규모 IBM 양자컴퓨터가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독일·일본·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대규모 IBM 양자컴퓨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양자컴퓨터는 일반적으로 100큐비트가 넘어야 슈퍼컴퓨터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데, 현재 국내 기술진이 개발 중인 50큐비트 수준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세대에선 신약 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 특화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머나 먼 미래 기술로 여겨졌던 양자컴퓨터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옴을 피부로 느낀다. 인공지능(AI) 분야가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어 버린 요즘의 기술력으로 볼 때,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시대도 2030년 안으로 펼쳐질 것으로 확신한다. 이 분야의 최강자인 IBM은 1121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개발에 이미 성공했고, 여기서 더 나아가 1만큐비트급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AI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류의 난제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이버 보안 분야에선 암호해독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양자컴퓨터에도 해독되지 않은 새로운 암호알고리즘을 2016년부터 공모해 2022년 4종의 PQC(Post Quantum Cryptography) 알고리즘을 선정한 바 있다. 중국은 2017년부터 QKD(Quantum Key Distribution) 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며 PQC완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퓨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한 '지우장 3.0' 25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기존 암호의 해독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QKD 기술을 활용해 국가적인 사이버 보안 체계를 개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암호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PQC와 QKD 두 방식 모두 개발해 사용 환경에 적합하도록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2021년부터 양자내성암호 국가공모전을 통해 개발된 4종의 PQC 알고리즘을 공개했다. 사이버 공간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 중 최후의 보루는 암호기술이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PQC 알고리즘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암호기술은 전략기술로 세계 각국에서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를 무엇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알고리즘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방위산업과 같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2030년까지 국방위성사업에 약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위성의 수명이 10~15년이기 때문에, 위성에 탑재되는 암호체계의 경우 지금부터 PQC 알고리즘을 활용해야 2030년경에 펼쳐지는 양자컴퓨터의 암호해독에 대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우주산업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임대업체인 미국 에퀴닉스는 양자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PQC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비트코인은 기존에 사용하던 ECDSA 알고리즘을 PQC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주소 체계와 암호키 교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보안 프로토콜인 TLS와 IPsec에서도 이미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어, 향후 전개될 PQC 전환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보안 산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과학기술을 미래 산업의 3대 게임 체인저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는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을 통해 양자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있어, 국내에서도 새로운 산업의 탄생과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터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 될수록 암호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의 안전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부가 발표한 4종의 PQC 알고리즘과 '범국가 양자내성암호 전환 마스터플랜'은 달성 목표와 단계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어 국가기술 연구개발(R&D) 플랜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스터 플랜에 따른 양자 위협 대비를 범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류재철 충남대 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 명예회장 jcryou@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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