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영장 집행을 통째로 떠넘겼다. 게다가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폐지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연상시키는 ‘지휘’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이어서 경찰의 반발도 사고 있다.
국수본은 6일 오전 7시쯤 공수처로부터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지휘’라는 제목의 공문을 접수했다. 공문엔 ‘국수본의 집행 전문성을 고려해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도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은 이재승 공수처 차장 전결로 처리돼 전날 밤늦게 경찰로 보내졌다고 한다.
공수처는 공문에서 “체포영장 유효 기간 연장을 6일 법원에 신청할 예정으로, 경찰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했다. 이날 자정을 기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만료된다. 지난 3일 영장 집행 시도가 경호처의 실력 저지에 가로막혀 실패한 뒤 이날 재집행을 고심하다가 아예 집행을 포기한 채 앞으로 새로 받을 영장 집행은 경찰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경찰 내부에선 공문 내용을 두고 사실상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다시 법원에 청구할 테니 집행은 국수본이 맡아 윤 대통령 신병을 체포해오면 조사는 공수처에서 맡아서 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이에 국수본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수본은 공수처 측과 체포영장 집행 업무와 관련해 사전에 협의‧논의뿐만 아니라 교감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가 ‘지휘’라고 공문에 표현한 점에 비춰보면 양측이 공조하는 관계가 과연 맞는가 싶다”며 “공수처가 자신이 없으니 경찰에 설거지시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국수본 일각에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주체가 한 번 집행을 시도해보고 다른 기관에 통째로 대신 하라고 떠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국수본과 공수처는 지난 3일 박종준 경호처장 등 경호처 수뇌부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데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국수본 관계자는 “당시 미온적인 공수처 태도에 비춰보면 체포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공수처가 공수(空手)처를 자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신병확보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이 이날 곧바로 집행에 착수하더라도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일에도 경찰과 공수처는 대통령경호처 협조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가 5시간 30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6일 오전 윤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 일대엔 약 480명 규모의 8개 기동대만이 배치된 상태다. 지난 3일(약 2700명)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국수본은 공수처의 공문을 받은 즉시 법리 검토를 진행하며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국수본은 “내란죄의 수사주체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지난달 9일 브리핑, 우종수 국수본부장)”고 강조한 만큼 자체적으로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지 못한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만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